[박태우 기고]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

류승민 전 원내대표 파동이 일단락되었지만, 웬지 한국정치의 게운치 못한 맛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사퇴의 변에서 우리헌법 제1조에서 명시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명분까지 동원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청와대에 전달한 그 심정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정치의 모든 것을 초년병시절부터 지원한 대통령에 대한 은혜도 매우 클 것이다. 한 때 여권의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다 이 번주는 4위로 내려간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아직도 정치적 후진성에 많은 발목을 잡히고 있는 한국정치의 현실에서 이제 중반을 가고 있는 박근혜정권의 당청조율문제가 왜 이리 답답하게 올바로 되지 않았는지를 짚어 보는 것이 이 사태를 분석하는 핵심이란 생각이다.

이완구 전 원내대표시절엔 그 스스로 직접 대통령과 통화하고 조율하면서 당청간의 불협화음을 조정해왔지만, 류승민 전 원내사령탑은 탈박으로 분류된 이후, 그러한 창구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나, 지난 4월 임시국회의 여당 원내대표연설에선 박근혜정부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권력의 核(핵)인 청와대와 대척점에 서는 행보를 보이기까지 했다.

‘중부담 중복지 논쟁’을 필두로 증세가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주장으로 청와대의 경직성을 비판하는 류승민 전원내대표의 모습에서 많은 反박근혜정서를 갖고 있는 국민과 야권은 전폭적인 지지를 그에게 보내주었다. 그러한 특수효과로 인해 그는 차기권력을 만드는 대선후보군에 편입되어 지난주에는 김무성 대표를 제치고 여권의 잠룡 중에서 1등까지 하는 인기를 누린 것이 사실이다.

한국정치의 특성상, 권력의 핵심이 동의하지 않고 지원하지 않는 미래권력이 앞으로 2017년 대선까지 얼마나 성공적인 정치여정을 만들지는 두고 보아야겠지만, 험난한 미래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특히나 내년의 총선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큰 개인적인 부담도 진 것이다. 전체적인 국민정서와 달리, 대국경북지역의 주빈들은 전체적으로 대통령 편을 들면서 류 前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도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그가 남긴 담론의 핵심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한국정치의 개혁성일진데, 앞으로 그가 평의원으로 얼마나 많은 담론을 일구고 정책적인 처방을 낼 것인지 많은 지식인들이 지켜 볼 것이다. 비록 열악한 조건이지만, 그가 진정성을 갖고 돈과 탐욕에 젖어있는 천민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손질 할 수 있는 정치적인 담론을 계속적으로 생산해 간다면 류승민의 정치적인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자에 대한 단순한 반감이 앞선 감정의 정치에서 머물고 더 이상의 바람직한 정치담론이 양산되지 못하면 지금까지 류승민 전 원내대표가 주장해온 담론들은 박근혜의 기존의 보수담론에 묻히어 새로운 소생의 기반도 없어질 것이다.

21세기 선진자본주의 국가 정치담론의 핵심은 그 동안 경제적 효율성(economic efficiency)에만 초점을 맞추고 물질적인 팽창과 경제적인 패권의 유지에 올 인 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단점들을 어찌 풀어내고 새로운 인간의 얼굴(capitalism with human face)을 한 자본주의를 만드느냐 일 것이다.

이러한 전 지구촌적인 요구에서 한국이 자유로울 수 없기에 저성장 양극화를 푸는 해법, 없고 소외된 자들에 대한 복지수요 확대, 그리고 공정한 경쟁의 틀 재확립 등의 주요 담론들이 미래의 한국정치동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들이다. 합리적인 복지재원조달에 대한 정치적인 해법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러한 측면에서 류승민 의원이 던진 ‘정의로운 보수, 따뜻한 보수 담론’은 여야를 떠나서 같이 고민하고 함께 풀어야 할 우리 모두의 숙제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같은 고민으로 청와대서 숙고하고 있지 않은가? 노선이 다르고 정치적인 연대감이 다른 사람이라도 같이 국가를 위해서 고민하면 다 같이 역사는 높게 평가할 것이다.

앞으로는 한국정치가 권력투쟁적인 단면을 많이 축소하고 정책경쟁적인 새로운 상생의 정치모드로 전환하여 생산적인 국회가 되고 국민들로부터 진정으로 사랑받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

지금 內憂外患(내우외환)으로 먹구름이 한반도 상공으로 몰려드는 이 엄정한 현실에서 여와 야가 권력을 놓고 다툴지언정, 적대감만 양산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역사로부터 외면당하는 소모적이고 폐쇄적인 파쟁논쟁은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이다.

2015.7.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박태우.한국)/종편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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