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교내 전기공사, 1위 업체와 대전 업체간 ‘1750원’ 차이

한밭대가 27일 실시한 ‘전산정보원 전산장비 전용발전기 설치 전기공사’ 입찰은 결국 외지업체에게 돌아갔다.

<디트뉴스24>는 앞서 한밭대가 이 공사를 발주하면서 지역제한을 두지 않고 전국 발주로 입찰 공고를 내 지역 전기공사 업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7월 26일자>.

그런데 입찰 결과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한밭대가 줄곧 주장해 온 ‘예산 절감을 위해서’라는 명분은 찾아 볼 수 없다.

앞서 한밭대 측은 총액으로 견적을 접수받겠다며 예정가격의 87.754% 이상 범위에서 최저가 낙찰제 방식을 택했다. 즉, 예가 대비 87.754% 이상으로 써 내되, 낙찰 하한가에 가장 근접한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한밭대가 제시한 공사 총액은 3825만8000원.

27일 오전 11시 진행한 개찰 결과는 황당하다. 이날 입찰에는 전국으로 발주를 내면서 예상대로 무려 3946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중 일부는 너무 높게 써 냈거나, 너무 낮게 써 내 탈락했다. 그리고 적정 가격을 써낸 2368개 업체가 경쟁을 벌였다.

낙찰 1순위 업체는 강원도 A업체. 이 업체는 3355만3300원에 낙찰 1순위자로 결정됐다.

물론 대전 업체들도 참여했다. 이중 대전에서 가장 낙찰 순위가 높았던 업체가 13위다. 이 업체가 써낸 가격은 3355만5050원이다.

사실상 1위인 낙찰 1순위자와 13위인 대전 업체가 써 낸 가격 차이는 불과 ‘1750원’이다.

이보다 앞서 지역 전기공사 업계는 한밭대가 이 공사를 전국으로 풀어 발주를 내자 발끈했다. 당연히 관련법(국가계약법)에 따라 7억원 미만 (전기)공사는 지역제한을 둘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더욱이 1억원 미만 소액 공사의 경우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는데다 시군(구)으로 좁혀 제한을 둘 수도 있는 사항이었다.

그럼에도 한밭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역 전기공사업계가 한밭대 측에 입찰 정정 공고를 요청했을 당시 한밭대 측이 주장한 것은 “학교 재정이 어려워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한밭대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결과적으로 ‘1750원’을 아끼려고 소액 공사마저 외지 업체에게 내 준 꼴이 됐다.

분명한 것은 지역에 소재한 국립대인 한밭대는 이번에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지역에 불합리한 선례를 남겼다. 지역 업계에 미칠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또 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업계는 “만약 이 공사가 외지 업체에게 넘어갈 경우 대전에 있는 업체들이 낙찰 업체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아 시공할 개연성이 높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번 낙찰 업체는 강원도 춘천 소재 업체다. 업계 말대로라면 이 업체가 춘천에서 대전까지 공사를 하러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이 업체는 대전에 있는 업체에게 공사 총액에서 일정 부분을 떼고 재하도급을 줄 것이란 얘기였다.

이렇게 되면 결국 적정한 공사비가 투입되기 어렵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시공 관리에도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한밭대는 이번에 합법을 가장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 꼴이 됐다. 학교 돈 1750원을 아끼려고 소액 공사를 외지 업체에게 내줬다. 지역 전기공사 업계가 소액 공사마저 안방을 내줬다며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탄식하는 이유다.

가장 최근의 사례인 국립 순천대의 경우 6000만원 규모의 소액 전기공사를 발주하면서 전남도가 아닌, 순천시로 지역제한을 두고 발주했다. 서울대는 물론 경북대, 전남대 등 대부분의 국립대도 이런 방식으로 공사를 발주하고 있다. 자칭 타칭 산학협력 우수대학이라는 국립 한밭대가 지역의 빗장을 푼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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