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사실규명, 검찰 고발 없이 의혹제기만

야구경기에서 아무리 잘 던지는 투수라도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 공격도 마찬가지다. 안타를 열개 스무 개 쳐도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잘해야 0:0 무승부다.

이처럼 한 경기를 이기려면 공수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해결사가 필요하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한방을 날려줄 강타자, 위기 상황에 나와 상대의 공격을 틀어막고 팀 승리를 지킬 강력한 마무리 투수가 바로 그 해결사다.

천안 땅 뜨겁게 달군 야구장 의혹..한 달여 만에 '흐지부지'

올 여름 천안을 뜨겁게 달군 천안야구장. 780억 원을 들이고도 잔디는커녕 관중석 한자리 못 만들었다. 전국 방송을 타면서 수십억짜리 야구장보다도 못하다는 망신도 당했다. 전임 시장은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서 배임 의혹마저 받는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불과 한 달 여 만에 흐지부지 묻히는 모양새다.

천안시의회가 국토교통부에 의뢰한 부지 감정평가가 타당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의혹을 제기했던 시의회나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그런데 말이다. 천안야구장을 둘러싼 진실게임의 핵심은 감정평가의 타당성 여부가 아니다. 용도변경으로 땅값이 올랐으니 감정평가 금액이 높게 나오는 건 당연하다. 왜 하필 그 땅에 야구장을 지으려 했고, 녹지를 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바꿨느냐가 핵심이다.

시의회-시민단체, 숱한 의혹 제기만..해결사 부재에 이대로 덮나?

시의회는 초반 다양한 구질의 의혹을 던지며 관중이라 할 수 있는 시민들-나아가 전 국민-의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높였다. 경기 중반 시민단체가 불펜투수로 등판해 검찰 수사를 요구하며 게임을 리드했다. 하지만 결국 득점 기회에서 잔루만 남긴 채 점수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야구경기에서는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 곧바로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진리처럼 작용한다. 국토부의 조사 결과 한방에 경기 흐름은 완전히 뒤집혔다. 시의회와 시민단체의 작전 실패다. 국토부에 타당성 조사는 유인구로 던져놓고 결정구를 던졌어야 한다. 그런데 계속 한 구종의 볼만 고집하며 헛심만 썼다.

경기 흐름을 다시 가져올 해결사도 안 보인다. 먼저 타석에 나가라는 듯 주춤거리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시장이나 의장, 국회의원, 시민단체 모두 아무 말이 없다. 해결사 없는 천안야구장은 오늘도 어제 내린 비로 질척거린다. 시민들 혈세도 함께 나뒹군다. 이제 검찰 고발이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울 때다. 정말 해결사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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