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대성학원과 호수공원의 공통점

김학용 주필
사기업에도 부정부패는 있다. 자재 구매 담당자가 100원에 살 수 있는 물건을 110원에 사는 대신 뒷돈을 받는다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그런 직원을 끝까지 그냥 놔둘 리 없다. 기업에는 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설사 기업이 부도덕한 직원을 방치한다 해도 그 회사의 문제일 뿐 사회적 문제는 아니다. 직원이 계속 비싼 자재를 구매한다면 그 회사는 경쟁력을 잃고 결국 망하고 말 것이다. 대신 청렴한 직원을 뽑아 쓰는, 경쟁력을 가진 다른 기업이 나올 테니 사회 전체 문제로 확대되지는 않는다.

민간 영역 부패와 공공 부문 부패 차이

근래 사기업의 부패 문제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구매 담당자가 아니라 기업의 오너 자신이다. 부당한 내부거래는 기업의 이익을 줄여 기업 총수나 가족한테 빼돌리는 행위다. 경제민주화의 대상이다. 그래도 부당 내부거래는 범위와 규모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자기 기업까지 죽이는 오너는 없기 때문이다.

부패의 한계가 없는 영역이 있다. 공공 부문이다. 사회 전체 부정부패의 총량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국민의 세금인 나랏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세금을 거둬들이고 그 돈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축이 된 부정부패가 대부분이다.

개인이나 사기업은 누구나 자기 돈을 철통같이 지키지만 나랏돈을 자기 돈처럼 지키는 공무원들은 많지 않다. 개인이나 사기업은 물건이 100원짜리임을 알고서도 110원을 주고 사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나랏돈이면 100원 짜리를 물건을 1000원을 주고도 산다.

법적으로 문제만 안 되면 그렇게 할 수 있다. 규정상 문제가 된다고 해도 들통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면 그렇게 한다. 매일 터지는 부정부패는 이런 유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반드시 세금을 걷거나 세금을 쓰는 공공기관이 개입된다.

대성학원 비리도 나랏돈 쓰는 공공 부문 부패

대성학원에서 빚어진 교사채용 비리도 예외가 아니다. 대성학원은 사립학교지만 교사의 봉급과 처우를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데서 비롯된 문제다. 학교 측이 돈을 받고 엉터리 교사를 채용해서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그 학교에 자녀를 보내지 않으려는 학부모가 늘어난다면 교사 채용비리는 없어지거나 확 줄어들 것이다.

그런 교사를 뽑아 학교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학교가 망하게 된다면 교육청이 부패를 권유해도 학교 측은 안 할 것이다. 지금은 사립학교에게도 교사나 수업의 품질에 상관없이 교육부나 교육청이 졸업생 자격을 인정해주고 세금까지 지원해주기 때문에 교사를 엉터리로 뽑을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삼성전자 직원 월급도 정부가 지원해준다면 직원 채용비리가 나올 것이다.

감시자가 없는 나랏돈이 흘러드는 곳이면 어디든 부패하게 돼 있다. 국민 세금을 직접 걷고 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기관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사실상 정부 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및 단체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 부정부패의 대부분은 이들 기관과 관련돼 있다.

우리나라 1년 GDP는 1600조 원, 정부 예산은 380조 원이다. 국민들이 버는 돈의 23.5%는 나랏돈으로 들어가서 쓰이고 있다는 말이다.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나 정부가 주인 노릇을 하는 포스코 같은 기업이 쓰는 돈까지 합하면 공공 부문에서 기업으로 흘러가는 돈의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다.

정치인 공무원 지방의원 등 ‘실력자들’

그 돈의 주인은 국민이지만 국민이 직접 관리할 수 없으니 주인이 없는 돈이나 마찬가지다. 이 돈 가운데 공무원 월급 같은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 사업이나 정책의 이름으로 집행되는 자금은 늘 부패의 유혹을 받는다.

부패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부정한 돈도 서로 주고받게 돼 있다. 기관의 돈을 먹는 수단은 기업이다. 개인은 정부와 기업의 ‘거래 과정’에서 부정한 돈을 챙긴다. 그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른바 실력자다. 주로 정치인, 고위공무원 등이 여기에 해당되고, 지방에선 시도의원들도 ‘실력자’다.

대전시 공무원노조가 시장과 시의회에 전한 4가지 고언 가운데 “시의원은 공정무사한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며 “시의 재정과 회계마저 간섭하려는, 원칙에 어긋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한 것은 ‘실력자 행세’에 대한 공개 비판이다. 실력자들은 여러 수단을 통해 시민 세금이 흘러가는 통로를 장악하고 있다. 거기에서 크고 작은 부패가 일어난다.

비상식적인 갑천 호수공원도 부패 구조 의구심

이게 우리 사회 부정부패의 기본 구조다. 개인이 나랏돈을 바로 훔치는 경우는 하급직 공무원이 장부를 속여 기껏해야 몇 억 떼먹는 정도다. 부정부패의 대부분은 나랏돈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런 공공기관들은 많고 이들과 거래를 통해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기업들은 훨씬 더 많다. 기본적으로 대성학원 비리와 호수공원 문제도 부패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통 시민의 상식으론 전국적으로 유일한 도심 습지생태 하천인 갑천 옆에 인공호수를 만들 이유가 없다. 인공호수가 있어도 오히려 메워야 할 판이다. 그런데도 대전시는 하천 옆을 파서 한 해 관리비만 수십억 원씩 들어가는 인공호수를 구태여 만들려고 한다. 전임시장 때부터 추진됐다.

비상식적인 사업에 대전시가 이러는 이유는 무엇인가? 호수공원을 해야 공돈이 흘러들어가는 기업이 있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권선택 시장은 오해 받지 않는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

우리나라 국가부패 인식지수는 2014년 기준 세계 174개국 가운데 43위다. 좀 산다는 나라치고 우리보다 순위가 아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패국가로 낙인찍힌 이태리(69위) 정도다. 부패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는 더 올라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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