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인사 안 하는 감사위원장과 경축사 유출의 연관성

지난해 6.4 지방선거의 개표가 시작되자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현 도지사) 캠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요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상대 후보와의 예상 표차가 근소했기 때문.

다른 한편에서는 한숨을 내쉬는 캠프 관계자들이 적지 않았다. 도의원 선거에서 예상 밖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한 탓이다. 결과는 ‘새정치민주연합 10석 vs 새누리당 30석.’ 녹록지 않은 안 지사의 민선6기가 예고된 셈이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을 선출하는 원구성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철저히 배제됐고,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추진 과정도 진통을 겪어야 했다.

윤종훈 도 감사위원장 ‘부족한 인사성’ 도의회 경시(輕視) 탓?

이후 ‘안희정 특위’로 불리는 ‘3농혁신 정책특별위원회’(특위) 구성을 놓고도 의장 불신임 결의안까지 제출됐다 반려되는 등 양당 간 갈등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윤종훈 도 감사위원장의 ‘부족한 인사성’ 문제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김기영 의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 제출 배경에 안 지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윤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연찬회에 참석했다는 것 자체는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게다가 격려차 방문한 새누리당 유익환 부의장(태안1)과 장기승 의원(아산3)에게는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 부의장은 그동안 의장 대신 수차례 본회의를 진행해 왔고, 장 의원은 직전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윤 위원장이 이들을 못 알아보고 인사를 못했다는 건 선뜻 납득이 가질 않는다.

윤 위원장이 인천 출신이긴 하지만 이미 임명된 지 8개월이 지난 상태다. 윤 위원장의 이런 행동이 도의회에 대한 경시(輕視) 행위로 비쳐지는 이유다.

홍보협력관실 8.15 경축사 특정 언론에 사전 제공…언론플레이 의혹

얼마 전 발생한 안 지사의 8.15 경축사 사전 유출 문제도 엄밀히 따져보면 원인은 같은 데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도 홍보협력관실 내부에서 안 지사의 경축사 전문을 소위 중앙 언론이라 할 수 있는 특정 매체에만 제공해 하루 전날인 14일 보도되는 일이 벌어진 것.

도는 “이들 언론사가 엠바고를 깬 것”이라며 그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경축사 전문은 나머지 도청 출입 기자들에게 사전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분한 해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언론플레이 의혹’, 즉 잠재적 대권주자인 안 지사를 띄우기 위한 계산된 유출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도의회와 지역 언론 모두 기본적으로 안 지사를 비롯한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부문에 대한 도의 경시 또는 차별은 안 지사의 행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안 지사는 여름휴가를 끝내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은 지역구 예산 로비스트가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예산국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도지사가 할 얘기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안희정 거대담론 집중하면 조직도 그렇게 움직여…곳곳서 부작용

충청권 의원들이 앞 다퉈 예산확보 성과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부적절해 보인다. 더구나 충남도는 7일 국회에서 충남지역 국회의원을 초청해 국비 확보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예정.

안 지사는 8일 태안군을 시작으로 11월까지 14개 시·군을 순회하며 도정 보고회와 함께 다양한 모임을 찾아가는 ‘도지사 와유(&YOU)’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도 타이밍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모 국회의원의 지적처럼 여의도에 국비확보를 위한 캠프라도 차려 상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안 지사가 도정에 천착해 있지 않고, 큰 틀의 방향성과 담론에만 집중한다면 조직 역시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도청 공직자들이 도의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안 지사의 총선 출마 여부를 물을 정도라고 하니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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