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자율화·민주화’ 외치면서 직원 배제 ‘모순’

지난 22일 오후 3시 충남대 사회과학대학에 교수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직선제 전환 찬반투표를 벌일지 여부를 묻는 투표를 하기 위해서다. 이날 전교 교수회 임시총회는 최근 전국의 국립대 교수들이 “재정 지원을 미끼로 직선제 폐지를 강요했다”며 정부 비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열렸다.

이충균 교수회장은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고 있다. ‘교수님’을 지식근로자, 논문기술자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날 전체 교수들 900여명 중 참석한 교수들은 50여명 정도. 투표에는 총 43명이 참여했고  찬성 42표, 반대 1표, 기권 0표가 나왔다. 직선제 전환 찬반투표를 실시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들은 곧바로 내달 6~8일 사흘간 직선제 전환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교수회는 전체 교수들 900여명 중 절반에 가까운 410~430여명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교수회 총회가 성립되려면 절반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날 참석자까지 포함하면 과반을 넘어 절차적 타당성을 확보했다는 것.

그러나 눈앞에서 ‘두 얼굴’의 교수들을 보고 있는 듯 했다. 도장 하나 찍어 교수회 측에 위임한 교수들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었다. 위임장을 받은 42명의 의견이 전체를 반영한 셈이 됐다.

직선제냐, 간선제냐를 정하는 문제는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다. 직선제 회복 논쟁은 부산대 교수가 투신하면서 촉발됐다. 그런데 이날 충남대 교수들은 대부분이 불참한 채 기업 주주총회 하듯 달랑 도장 하나 찍어 성립 요건을 만들었다. 이마저도 정확한 위임장 수치는 공개하지 않은 채 두루뭉실하게 밝히고 넘어갔다. 

위임장을 받았다지만 교원 개개인의 주관적 의사를 모두 반영한 조치인지는 되짚어 볼 문제다. 과연 이날 투표 결과가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최근 충남대는 실질적으로 총장 선출 권한이 있는 추천위원회 구성을 놓고 교수와 직원 단체 간 갈등을 보여 왔다. 규정상 교수 대 직원은 27명 대 7명. 하지만 대부분의 교수들은 직원 수 7명이 많다고 주장한다.

이날 임시총회에 참석했던 정범구 교학부총장 역시 “직원 비율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기자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이 교수만으로 구성된 집단인지. 총장이 교수들만의 총장이던가. 사실 숫자로 따지면 학생이 1만8000명으로 가장 많다. 교수는 905명 정도다. 직원은 공무원 신분과 회계직을 포함하면 360명, 상용계약직까지 포함하면 450명 정도다.

사실상 교수 대 직원 수는 2 대 1 정도의 비율이다. 보직교수로 이뤄진 집행부가 의사결정을 하지만 실제 행정은 직원들의 몫이다. 그럼에도 이날 임시총회에는 직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직선제로 전환되더라도 교수들은 직원 3명, 혹은 4명이 한 표를 행사하도록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교수들이 최근 벌이고 있는 직선제 전환 논의는 ‘학문의 자유’와 함께 ‘대학의 자율성’을 찾겠다는 취지다. 교수들은 이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부르짖고 있다. 그게 대학의 민주주주의를 찾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수들은 자신들만 참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자유, 자율성,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짜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50명의 추천위원들이 뽑는 현행 간선제로 그냥 가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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