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기형적 선거구 재획정 시나리오에 '무반응'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충남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어수선하다. 난데없이 터져 나온 선거구 재획정 시나리오 때문이다. 지역정가와 의원들은 "정개특위에서 누가 흘렸거나, 언론플레이 아니겠냐"는 반응이다. 대수롭지 않다는 식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구 의원들은 겉으론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내심 애 끓이는 모습이다. 통합 대상인 공주와 부여·청양이 재획정 시나리오에서는 ▲공주·부여·서천 ▲보령·청양·홍성으로 각각 분할된다. 이 분할은 '당진·예산'이란 기형적 선거구를 만든다.

정치적 셈법과 유·불리 '주판알 튕기는' 충남 의원들

이 시나리오에 해당되는 의원들만 이완구, 김태흠, 홍문표, 김동완, 박수현 등 여야 5명 정도다. 무엇보다 자신의 지역구가 둘로 쪼개진다는 구상이어서 그냥 지켜볼 일만은 아니다.

김태흠 의원은 충남 전체 선거구를 흔드는 재획정 시나리오에 대해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된다. 의원직까지 걸고 막겠다"고 했다.

다른 의원들은 어떤가. 이 시나리오가 자신들에게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모양새다.

여당 일색인 충남(새누리당 7석, 새정치민주연합 3석)에서 선거구 재획정이 이뤄지면 한 곳에서 3명의 현직 의원이 맞붙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유리해진다. 차라리 이런 가정이 현실화되길 바랄 수도 있다.

선거구 재획정이 이뤄지면 분구가 되는 천안과 아산은 조용하기만 하다. 현 상태를 지켜 보기만 하면 선거구가 증설되는 시나리오여서 굳이 나서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 가려진 '헌법 가치'..뭉치지 못하니 행동 못해

천안과 아산이 하나의 통합 선거구가 된다고 가정해도 양쪽 의원들은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천안갑이 나눠지면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은 좀 더 편한 쪽을 택하면 된다.

반대로 야권 지지세가 높은 아산 배방읍이 천안과 붙는다면 새누리당 소속인 이명수 의원도 썩 나쁘지 않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이처럼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때문에 의원들은 일단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현재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도 이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다 초선이 절반 가량이고, 이번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를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끌어 올리려는 의지와 노력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선거구 재획정 문제를 들고 나섰다가 공천을 못 받으면 내년 총선에 명함도 못 내민다. 의원들은 주민의 대표이자, 걸어 다니는 입법기관이다.

그럼에도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에 자신의 유·불리를 계산하며 단순히 조용히 자리 보전만 하고 있는 것이 정당한 처사인지 지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선거구 재획정 시나리오가 일부 언론플레이와 여론 조장이라고 단순히 치부하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누가 뭐래도 가만히 있으니 툭하면 시비를 거는 것 아니겠나. 그 빌미는 모두 현직 정치인들이 제공했다.

뭉치지 못하면 행동하지 못한다. 충청도가 '멍청하고 느리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현직 의원들이 앞장서야 한다. 지금, 국정감사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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