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우 정치칼럼] 무감동 정치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지만 국민들은 점점 더 정치권에 대해 무관심으로 등을 돌리고 있다. 많은 국가적인 사안들에서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진실이라 믿는 것과 정치권이 주장하는 것이 혼돈으로 다가오며 좋은 정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왜 이리 좋은 정치가 안 되느냐는 근본적인 물음들을 계속 던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정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은 외형상으론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놓고 계파 간에 힘겨루기 양상이 보이고 있고, 야권은 혁신안을 놓고 한 판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치인들이 하는 워딩들이 일면 타당성과 논리성이 있어 보이면서도 그 알맹이를 보면 국민들에게 전혀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국민이라면 국민을 위한다는 화려한 정치적인 수사 뒤에는 잘못된 정치행위는 권력다툼이라는 전형적인 泥田鬪狗(이전투구)의 모습으로 자신들의 잇속만 챙긴다는 판단이 설 것이다.

지금 여권의 김무성 대표는 공천혁명이야 말로 정치권쇄신의 일성이라 여기고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국민완전경선제를 관철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정당정치가 근본인 민주주의에서 정당정치의 기본논리를 왜곡했던 특정인의 공천배제 등 과거의 나쁜 사례가 있다고, 정당정치존재의 토대를 다 부정하고 새로운 옷을 그리 쉽게 갈아입을 수가 있을지 큰 의문이다. 필자도 방송의 정치평론에서 이 문제에 대해 몇 차례 정치학자로 소신을 말한 기억이 새롭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정치의 정상적인 작동은 이념과 철학이 다른 각 정당들이 책임을 지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공천과정을 통해서 가 당의 색깔과 철학에 맞는 자질이 있는 후보를 발굴하는 매우 소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 그 다음에 국민들은 그 후보들 중 자신들의 대리인을 선출하는 것이다. 사실 정당이 이 역할을 포기하면 왜 정당정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공천혁명논리는 일견 편의적으로 민주주의 실천의 주된 논리 같지만, 자세히 살피어 보면 정당정치에 反(반)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풀뿌리민주주의가 아직 정착되지 못한 우리와 같은 실정에선 이러한 논리는 자칫 지역의 유지, 정치기득권자, 그리고 돈을 갖은자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서 공천을 비롯한 정치기득권을 갖고 가는 기형적인 정치문화가 형성될 확률이 매우 크다. 아니면 알맹이가 공허한 국민선동가들이 자리 잡을 공간이 많아질 것이다.

야당 쪽도 그 동안 혁신위 활동을 통해서 많은 혁신안들을 내어 놓았지만, 왜 국민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에 대한 진지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최근에 안철수의원이 제시한 야당의 개혁논리에 충분한 합리성이 있다고 사료된다. 과거 낡은 진보라 통칭되는 통합진보당과 같은 도그마에 빠진 수구좌파들과의 완전한 단절, 한명숙 전총리와 같은 부패한 정치인과의 완전 결별, 신선하고 건실한 야당인재의 발굴 등이 없이 어찌 야당이 거듭나느냐는 그의 주장은 너무나 당연한 말들이라 새삼 토를 달 필요도 없다. 이러한 개혁과제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아 보이는 당권세력들이 그 자리에 있는 한 국민들이 기대하는 야당의 모습이 그려질지 큰 의구심이 든다.

최근에 새정치연합의 분위기를 보니, 그 동안 친노패권주의의 독단과 전횡의 문제점을 꾸준하게 합리적인 시각에서 지적 해온 조경태의원과 같은 인사들을 당분열론자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앞으로 총선, 대선에서도 일반적인 국민들의 정서와는 더 멀어지는 방향으로 당이 굴러갈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하는 말들이 누구나 하는 말들일지라도, 국민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분석하고 연구한다면, 그 거짓과 참이 어디에 있는지 금방 알 것이다. 상식과 격에 어긋나는 정치인들을 동료라고 감싸는 구태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與(여)와 野(야)가 부패한 정치인들을 감싸고 정치개혁을 빙자해서 당내의 다른 파벌을 견제하고 투명하고 객관성을 핑계로 자신들만의 정치적인 잇 권만 챙기는 행태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21세기 한국정치의 선진화는 매우 진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오리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더 누적되어 정치후진국으로 갈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필자는 그것이 걱정이다. 대한민국과 같은 분단국가에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국민들을 전혀 감동시키지 않는 정치가 이렇게 일탈현상처럼 계속 전개된다면 우리가 꿈꾸는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건설을 한 낮 신기루처럼 구호로 끝날 것이다. 정치가 이러하니 저러니 해도 많은 정치인들 중에서 그래도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고 국민들도 각별한 애국심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일부 정치인들을 후원하고 격려해 왔기에 과거보다는 더 나아진 오늘의 한국정치가 있는 것이다.

바라건 데, 앞으로는 시간이 갈수록 더 낳은 방향으로 양질의 정치를 생산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더 많이 배출되어 역사와 국가에 대한 헌신성과 자신의 개인적인 꿈이 아주 균형적으로 조화되어 내실 있는 정치활동으로 국민들의 참사랑을 받을 수 있는 한국정치가 되길 바랄 뿐이다. 그래야만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경제성장도 더 이루고, 튼튼한 안보도 만들어서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통일대업도 차질 없이 이룰 수 있는 기본조건이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2015.9.23.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정치평론가(박태우.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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