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국감 현장서 나온 "그런 소리 들립니까"의 의미
특히 국정감사가 마무리될 쯤 나온 안 지사의 발언은 1주일 이상 기자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국회가 제공한 속기록(초고)을 그대로 옮겨보자.
○ 정용기 의원: “‘행정은 실종되고, 정치 과잉 속에서 지사 홍보만 있다’라는 이런 따가운 질책에 대해, 그런 소리가 왜 나오는가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 안희정 지사: “예, 의원님. 하여튼 저도 한 번 더 돌아보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소리가 많이 들립니까? 의원님한테?”
정용기 의원 날선 비판에 안희정 지사 ‘금시초문’ 반응
앞서 정 의원은 내포신도시 예산권역 개발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진행 중인 김용필 도의원(새누리, 예산1)의 천막 주변 현수막을 총무과장이 뗀 것과, 감사위원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새정치민주연합 도의원들의 연찬회에 참석한 것 등을 비판하며 안 지사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지사 홍보만 있다”는 지적을 했는데, 안 지사는 “그런 소리가 많이 들립니까?”라고 반문하며 금시초문(今時初聞)이라는 속내를 밝힌 것이다.
도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언로’(言路)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지난 2월부터 도청을 출입하면서 안 지사를 향해 도정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는 기사를 줄곧 써 왔다. 구체적으로는, ‘대선 행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외부특강을 자제할 것과 정례브리핑 도입 등 언론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을 주문해 왔다.
안 지사의 입장에서는 듣기 좋을 리 만무하겠지만, 도민을 생각한다면 이런 비판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나도록 안 지사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보령댐의 고갈 위기로 10월부터 충남지역 8개 시·군에 제한급수(단수)가 시작되는 상황인데도 안 지사는 2일 충북 제천시청으로 특강을 간다는 소식이 들린다.
8개월째 비판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언로(言路)에 문제없나?
되짚어 보니 지난 2011년 8월 <디트뉴스24>와 인터뷰를 한 새정치민주연합 한 지역위원장도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내부에서 쓴 소리를 해주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며 “지역 주민들과 많은 사람들이 안 지사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쯤 되면 안 지사를 향한 쓴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안 지사가 이런 비판을 아예 무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안 지사의 주변인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심지어, 공직자로서 정치중립의 모범을 보여야 할 도의 한 핵심 인사는 “안 지사가 반드시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얘기를 주저 없이 할 정도라고 하니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더 늦기 전에 안 지사의 귓가에 달콤한 소리만 전달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