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우 기고]

국가의 정체성이 분열된 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인류역사에서 정신이 부패한 나라가 결국 망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큰 환란들을 다 겪었을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국민도 편하고 나라도 富强(부강)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 내에서 벌어지는 특정정치인에 대한 역사관, 국가관 검증문제, 중고등하교 역사교과서의 국정교과서화문제 등은 우리나라의 국가의 정체성과 관련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기에 필자는 이 국가의 정체성 문제를 언론이나, 각종 시민단체, 학술단체 들이 단기적인 시각에서 각 정파의 이해득실에 맞추어 분석하기 보다는 좀 더 객관적이고 본질적인 차원서 다루어 나가면서 바람직한 국가의 정체성을 완성해가는, 총체적인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다. 이것이야 말로 가장 튼튼한 정신안보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논쟁의 와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중요한 접근의 토대로 여기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건국에 대하여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해방이후 극심한 좌우익의 대립 속에서 강대국의 힘에 의한 논리가 크게 작용한 해방정국에서 대한민국의 건국과정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직도 건국절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사회의 일부 풍토는 매우 심각한 국가정신의 훼손인 것이다.

2차대전 후 美蘇(미소)로 나뉘어 냉전구도로 판이 급격하게 이동하던 시기에 공산전체주의자 스탈린은 소련군에 속했던 김일성 대위를 발탁 박헌영을 제치고 북조선인민공화국의 리더로 철저하게 만들고 디자인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김일성 개인의 정치철학이나 한국적인 것에 대한 고민을 할 여지도 힘도 없이 그저 소련이 주는 대로 받아먹고 일찌감치 분단을 전제로 북조선정권을 소련의 지령으로 건국한 것이다. 분단을 먼저 기정사실화한 역사의 단서들이 말하고 있다.

반대로 남한에 정착한 이승만은 미국에서 정치학박사학위까지 받으면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익히고 세계역사의 흐름을 잘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건국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미군정과 와싱턴의 미국정부를 상대로 투쟁도하고 논쟁도 하면서 냉전구도를 잘 활용하는 외교전으로 미국의 원조 하에 나름의 독자적인 민주노선으로 대한민국을 건국하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토대가 전무한 가난한 분단의 땅에 민주주의를 심은 공신인 것이다. 얼마나 큰 공적인가? 지금 우리가 누리는 번영의 토대를 만든 것이다.

상대적으로 미국식 민주주의체제를 인정하면서 민주적 다양성을 갖고 가려던 남한사회는 해방이후 극심한 좌우익의 대립으로 국가의 모든 활동들이 파업 등으로 마비되고 UN이 합법적으로 인정한 정부수립의 근거마저 부정하는 좌익들의 테러로부터 대한민국정부를 지키는 문제가 절대절명의 과제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준동하는 친북좌익들을 상대로 싸울 훈련된 일제하의 관료나 경찰을 정부의 요직에 등용하면서 일제잔재청산에 대한 정통성논쟁을 불러온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악조건에서 대한민국정부를 수립하고 민주혁명의 험한 과정을 겪으면서 산업화를 이루고 민주화를 넘어서 이제는 선진화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사회는 아직도 해방이후의 캐캐묵은 이념논쟁의 잔재를 버리지 못하고 온 사회가 남남갈등의 커다란 회오리바람 속에서 泥田鬪狗(이전투구)하고 있고, 정치권도 사회도 소모적인 이념갈등구조 속에서 엄청난 국가의 動力(동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한반도는 이념의 시대가 끝난 곳이 아니라 바른 이념을 정립하는 것이 국가의 기둥을 세우는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국민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사항은 지금 우리 배달민족의 역사가 태동한 이래 대한민국이 누리고 있는 이 번영과 안정의 토대는, 다소 논쟁거리가 있는 결론이지만, 이승만 초대대통령이 국제정세의 냉정한 흐름을 간파한 토대위에서 한미동맹을 구축하고 해양문명권에 편입되어 냉전질서의 구조적인 혜택과 더불어서 우리국민들의 근면과 끈기로 일군 성공의 역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찬란한 성공의 역사를 아직도 일제청산미흡과 군부독재의 아픈 그늘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기회주의가 승리한 역사라고 폄하하는 진보를 가장한 민중민주주의사관으로 우리사회를 片(편) 가르기 하고 순수한 민족주의논리로 위장하면서 일정부분 북한 편을 드는 편협하고 왜곡된 反(반)대한민국세력들이 우리사회 곳곳에 자리를 잡고 남남갈등의 불씨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종북적인 노선으로 진보를 가장한 민중민주주의적인 시각의 교정이라는 작업 못지않게 합당한 각자가 누리는 지위에 걸 맞는 노블리즈오블리제는 멀리하고 부패한 기득권세력으로 우리사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배타적인 기득권세력들에 대한 정리도 건전한 국가의 정체성확립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는 생각이다. 우선순위는 국가의 안보가 먼저고 다음에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손을 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학계도 노동계도 정치권도 각각 자신의 견해를 절대적인 善(선)으로 여기고 성공한 대한민국을 흠집 내면서 북한의 독재정권이 주장하는 외세배격, 위장된 민족자주논리를 앞세우며 위장된 진보로 둔갑하여 철이 지난 수구좌파의 논리를 전파하는 시대착오적인 일부 세력들은 이제 현실을 인정하고 사회의 통합과 정치발전을 위해서 잘못된 理念(이념)과 철지난 수정주의 史觀(사관)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 미국을 철천지 원수로 여기고 反美(반미)노선으로 베트남을 통일한 호치민의 후예들이 도이모이정책으로 왜 미국과 수교하고 미국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체와 정체성(identity)을 법률적인 해석을 통해 판단하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을 아직도 폄하하면서 친북단체가 주장하는 주한미군철수, 한미연합사해체, 연방제통일 등 북한의 상투적인 위장구호를 선전하는 정치인이나 세력들은 역사의 진보가 어디에 있는지, 대한민국 선진화의 방향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뒤 돌아 보면서 편협한 당파와 정치적인 사익보다는 국가발전이라는 공익과 정치발전이라는 과제를 위해서 헌신하기를 바라는 맘이다.

2015.10.12.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대만국립정치대학 국제대학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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