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인터넷에 떠도는 짧은 글이 씁쓸한 이유

“[…] 한 반 안에서도 공무원 자녀들이 대다수인데, 부모님이 행시출신 고급 공무원 서기관, 이사관인 애들하고, 7급 출신 중급 공무원인 애들 아빠들 직급가지고 비교[…] 학부모 모임에서도 아버지들 왔을 때 우리 반 친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한테 거의 90도로 인사해서 걔랑 좀 어색했고[…]”

최근 포털사이트에서 돌고 있는 이른바 <세종시 계급제>라는 게시글의 일부다. 공무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세종시에서 부모의 (공무원) 직급에 따라 아이들이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는 씁쓸한 내용이다.  

얼핏 보면 그냥 웃어넘길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실제 이 글이 실린 게시판에는 ‘그 학교도 그렇냐’, ‘공무원이 많다 보면 그럴 수 있다’는 공감 글이 달리고 있다.

기자는 충남 아산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을 경험한 바 있다.  삼성 임직원들이 모여 사는 아산시 탕정지역에서 한 학부모와 대화를 나누던 중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아이들끼리 시비가 붙으면 ‘아파트 동이 어디냐’, ‘아버지 직급이 뭐냐’는 질문이 먼저 오가고, 사실상 거기서 힘의 우위가 결론 난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세종시 교육현장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업의식이 발동했다. 교육계 몇몇 지인을 통해 학교현장의 분위기를 물었다.

한 교장선생님은 "자신이 아는 한 절대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달랐다.

한 교사는 “서울에서야 공무원 자녀들이 한 학교에 몰리는 일이 많지 않고 직업군도 훨씬 다양하다보니 서로 눈치 볼 일이 없었겠지만 세종시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몰려 살다보니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어떤 아파트에 어디 부처 공무원들이 많이 살더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고, 외국에서 공부하다 온 고위직 자녀들이 그걸 내세워 상대 학생의 기를 죽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과장'인지 단언하긴 어렵지만, 그런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수긍한다'는 게 교육현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평등한 출발선을 보장해야 할 교육현장에서 부모의 직급이 아이들의 '어울림'을 방해한다면, 행여나 아이들에게 서열화를 대물림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어른들의 책임이 아닐까?

세종시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어른들의 비교육적 행태도 되돌아봐야 한다.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이 통학을 위해 자신들의 아파트단지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단지 문을 걸어 잠그려 하거나, 임대아파트와 같은 학구에 포함됐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교평준화를 반대하면서 강남 못지 않은 교육환경을 세종시에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마치 수도권에 집중된 ‘특권’을 해소하려 하기보다 또 다른 ‘특권’을 형성하길 원하는 모습이다.

일련의 사례를 돌이켜 보니 세종시의 학생들이 부끄러운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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