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우 기고]

전방위로 확산되는 지구촌테러행위와 우리의 과제

11월 13일 최소 129명의 사망자와 350명이 넘은 부상자를 낸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는 그동안 인류문명이 축적해 온 부정적인 함의(implication)들이 현실로 나타난 하나의 사건이다. 인류 문명은 지금도 이러한 부정적인 유산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갈등과 증오의 일탈현상인 것이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우리가 가치문명, 물질문명의 급속한 발달을 가져왔음에도 다른 종교 신념 간에, 다른 문화권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요소도 계속적으로 커져왔음을 부인 할 수 없다. 여기에 냉전체제의 한 축인 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된 이후 국제정치의 큰 안전장치가 분산돼어 여기저기서 인류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는 게 인류의 현실이다.

여기에다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지구촌화현상(globalization)에 영향을 받아서 국제정치무대서 극단적인 목소리를 대변하는 테리행위의 가능성은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기술적으로도 향상되었다. 지구촌 곳곳이 연계된 문명연결고리를 매개로 앞으로도 어디서든지 극단적인 목소리를 전하는 살인행위들은 쉽사리 줄지가 않을 게 자명하다. 이제는 테러행위도 국제화되어서 한 국가의 의지나 대처방법만으론 해결책이 마땅치가 않기에 지구촌사회의 모든 국가들이 UN과 같은 다자기구를 통한 적극적인 예산배정과 대책마련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최근에 중동에서 시리아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극단적인 신념주의자들과 맞물린 난민사태 등에서도 테러리즘의 불씨는 더욱 더 커지고 있으며, 그 적용범위가 얼마나 국제적인지, 그리고 테러의 위협수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우리의 문명권을 위협하는 ISIS, Al Qaeda, Al Gama, Hezballah, Plj, Hamas, IRA, JRA, RUF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종교적으로도 반서구, 반기독교적인 기치를 내걸고 활동 중인 극단적인 이슬람단체들은 1979년 이후에는 미국시민들을 상대로 활동하다가 최근에는 그 범위를 범 서방국의 시민들과 그 동맹국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사회도 그 범위에 있다.

여기서 인류사회가 한 가지 짚어 보아야 할 것은 앞으로의 방지책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지금 프랑스 파리의 테러사건이후로 국제사회는 한 목소리로 테러를 저지른 범죄 집단을 규탄하면서 그 집단의 시리아내 은신지점을 폭격하는 작전까지 미국과 프랑스를 위주로 전개 중이다. 그러나 과연 앞으로 UN의 안보리가 중심이 되어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올까 하는 지점에 이르러서는 의문점이 많다.

우리가 그 동안 잘 보았다 시피, 국제정치의 본질은 아직도 힘이 있는 강대국들이 자국의 안보이익, 경제이익을 행동의 핵심변수로 설정하고 행동하다보니, 지금 사건과 같은 인류의 재앙이 발생해도, 또 발생할 확률이 있어도, 과거의 사례를 보면 효과적인 제제방안마련에 한계성을 노정해온 관행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매우 큰 숙제로 여겨진다. 기관총과 자살폭탄으로 무장하고 인류사회에 극단적인 자신들의 정치메시지를 전할 그 존재를 소탕하는 입체적인 적전을 요하는 과제에 강대국들도 앞으로 UN안보리를 운영함에 있어서 자국의 정치이익보다 인류전체의 정의를 세우고 새로운 인류의 상생문명을 세우는 초국적인 역할에 더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 터키에서 열리고 있는 G20회의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외교적인 상징성을 넘어서고 진실성과 보편성이 묻어나는 결의문을 채택함과 동시에 UN의 안보리에서 매우 큰 부담감을 갖고 실행될 수 있는 실질적인 토의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실은 가장 효과적인 강제구속력과 제제수단을 갖고 반인류의 범죄에 대처하는 힘을 갖고 있는 유일한 다자체제는 UN의 안보리인 것이다. 5개국의 상임이사국들이 과거에 자기편을 드는 특정 국가를 보호하거나 당사국이 자신들의 국익에 도움이 되면 비토권행사로 정당한 의무 이행을 방해했기에 그것이 보편적인 인류의 정의성을 훼손해도 손을 쓸 수가 없는, 부분적으로 죽은 정의구현기구가 된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고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와 NATO등을 비롯한 지역집단안전보장기구들도 유기적인 대테러전쟁을 수행하면서 점진적인 소탕작전을 체계적으로 벌여야 할 것이다.

지난 프랑스의 테러는 부상자까지 500명정도가 희생되었지만, 지금 시리아에서는 그동안 질이 나쁜 알 아사드 정권의 악행으로 정부군에 의해서 이미 수 십만명의 내국민이 사살됐다. 시리아 인구의 절반이 국내외의 난민으로 유랑생활을 하는 문제도 UN안보리의 강대국들의 자국중심접근법으로 인해 대책마련 합의에 실패하고, 지금도 러시아와 미국이 대척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그 희생이 더 커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 인류의 인권과 양심에 대한 강국들의 이중 잣대에 대한 환골탈태의 전환점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들의 인류에 대한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대한 단호한 규정과 행동을 촉구해 본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에서 가장 전쟁발발 가능성이 큰 한반도는 이러한 사회불안정성을 폭발시키는 잠재성이 매우 큰 지역이다.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을 더 키우고 효과적인 대책마련에 민관군이 전력을 다 해야 한다. 인류의 보편적인 양심과 정의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모든 책임 있는 집단들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각별한 경계심으로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벌써 통과되었어야 할 테러방지법도 조속하게 통과시키길 바란다.

대한민국이 테러청정국이 아님은 그동안 국회의 정보위 활동 속에서도 수 차례 보고되었지만, 아직도 테러방지법이 인권남용을 이유로 한 야당의 반대로 발이 묶여있다. 지구촌화시대에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는 테러가능성을 사전에 탐지하는 정보수집활동을 강화하고 관계부처간의 긴밀한 정보공유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 조속히 이루어지어야 한다. 지금 야당의 반대로 국회서 방치된 테러방지법의 쟁점부분들을 하루빨리 여야간에 해소하고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국가테러활동과 피해보전등에 관한 기본법’, ‘국가 사이버테러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대책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국내정치적으로도 남북간의 적대적인 대치로 점점 더 커지는 남남갈등의 파고를 줄이는 국민들의 현명한 인식과 냉정한 현실인식에 기초한 처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북한이라는 변수와 연관된 테러가능성을 더 첨예하게 인식하고 지나치게 상징적인 인권논리로 현실적인 안보정책의 실행에 방해가 되는 이상담론의 포로가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평화는 힘이 있는 자가 철저히 준비할 때만이 지킬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으면 안된다.

 

2015.11.17.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대만국립정치대학 국제대학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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