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개운치 않은 다자협의회

세종시 중앙공원 다자협의회가 장남평야 일원에 대한 새로운 생태연구용역을 추진하자는데 합의했다. 수개월 논란 끝에 다자협의회가 구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낸 값진 성과물이다. 금개구리 보전방안을 둘러싼 지루한 논쟁을 지켜본 시민들의 기대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번 회의와 관련해 흘러나오는 뒷말이 영 개운치가 않다. 회의 결과에 대해서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서다.

일례로 시민모임은 연구용역결과에서 도출된 여러 방안 중 '시민 다수가 선택하는 안'을 최종안으로 결정하자는데 합의를 이룬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환경단체측은 그런 합의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민모임과 행복청은 회의 당시 환경단체측이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 한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침묵으로 대응했기에 정황상 ‘무언의 수락’으로 받아들였던 것.

또 행복청이 활동공원구역을 1단계로 우선 추진하자고 제안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행복청은 ‘2단계(장남평야 일원)에 대한 계획을 (행정 기관이) 일방적으로 변경하지 않겠다면 동의한다’는 시민모임측 대답을 '조건부 승인'으로 받아들였지만, 시민모임측은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같은 자리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추후에 복기하면서, 전혀 다른 해석을 꺼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서로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애써 마련한 '다자협의회' 틀이 깨질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회의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행복청은 보다 명료하고 능숙한 진행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의제를 세분화하고 각각의 의제에 대해 충분히 대화한 뒤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양측이 말 한마디, 표현 하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시민모임도 다소의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앞서 결정된 내용을 바꾸려면,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하물며 환경보전과 개발이라는 시대적 관점이 치열하게 부딪혀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면, 또 설득해야 하는 상대가 다른 세계관을 지닌 논쟁의 당사자라면 그 무게가 오죽하겠는가.

환경단체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시민모임을 부동산 가치를 올리는데 혈안이 된 ‘개발론자’로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고, 충분한 대화로 환경에 대한 가치와 인식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동반자’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시민운동에 대한 오랜 고민과 경험이 있다면, 제 아무리 숭고한 가치와 철학을 설파하려 한들 '대중의 지지 없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서로에게 쌓인 오해와 편견, 이 묵은 때를 벗는데만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환경단체를 이익집단으로 매도하거나, 시민모임을 개발론자로만 치부한다면 접점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의견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비방하는 표현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금개구리 논란으로 좀처럼 치유되기 어려울 정도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분노와 실망감을 하소연하고 있다. 자칫 이번 논란이 민-민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 같다. 최근 다자협의회와 함께하면서 여러 기사를 쓰고 있다. 반응은 항상 엇갈린다. 자기 주장과 흡사한 내용이면 '좋은 기사'이고, 자기 주장과 다소 다르면 '나쁜 기사'다. 이분법의 경계에서 늘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처지지만, 기자가 확인한 '단 한가지' 분명한 사실 만큼은 강조하고 싶다.

다자협의회에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 구성원들은, 시민모임 소속이든 환경단체 소속이든 공통된 경향성을 보인다. '나'보다 '우리'의 가치를 앞세우는 사람들이다. 공익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 실천력 있는 시민들이다. 다만 세계관과 철학이 다를 뿐이다. 이들이 결국 '좋은 합의'를 이끌어 내리라 의심치 않는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조급함을 버리고 논의과정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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