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조 특별기고] 새누리당 대전시당 사무처장

최근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발표 이후 극심한 이념적 대립과 국론 분열 양상을 보이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국정교과서 추진 찬반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나 합리적 근거 없이 진영논리에 근거한 일방적 주장이 SNS 등을 통해 여과 없이 전달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 인듯하다.

지난 주말 대규모 ‘민중집회’에서 국정교과서 폐기는 시위 주도 단체가 주장한 주요 구호 중 하나였다. 정부의 고시와 집필진 구성으로 일단락 된듯하더니 이명박 정부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된 주말 집회를 거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 불법 폭력 집회와 경찰의 과잉진압이라는 서로 다른  주장이 이제는 여의도 정치권으로 논란의 전선이 확대되었다.

국정교과서 반대론자들이 주도한 대규모 집회의 동력과 정당성은 아마도 최근 여론조사에 근거하였을 것이다.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발표 이후 여론조사 흐름을 복기해 보면, 초기에는 찬반이 팽팽한 상태를 보이더니 점차 반대가 10%p, 어떤 조사에서는 그 이상 앞서면서 여론은 반대로 기울어진 듯 보인다.

우리는 여론조사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각종 미디어는 주요 정당 대선 후보의 지지도조사를 비롯해 최고 인기 TV프로그램 조사 등 조사를 매주 쏟아낼 정도로 이제 여론조사는 특정 분야 뿐만 아니라 우리 실생활 가까이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여론조사는 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아주 유용한 수단임은 분명하다. 주요 선거때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여론을 파악하는데 여론조사가 강력한 힘을 보여 주었다. 여론조사가 선거와 관련해 여론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조사 결과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해 특정 후보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강화 시키는 병리현상이 문제점으로 지적될 정도이다.

언론사는 여론조사에 근거해 선거 상황 분석과 결과 예측 기사를 쓰고 이를 접한 독자나 시청자는 그렇지 않은 기사보다 상당한 신뢰를 보낸다. 우리나라도 이제 여론조사를 통한 근거한 구체적 데이터 없이 선거관련 기사, 특히 판세와 예측기사를 다룬다는 것은 ‘무모함’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여론조사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다. 정치분야 뿐만 아니라 마케팅을 비롯한 사회분야의 여론조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에서 시작된 여론조사는 사회과학의 한 분야이지만 여론조사일 뿐이다. 여론조사가 진정한 여론,실제 여론을 반영하고 있나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아직도 많은 학자나 관련 종사자들이 명쾌한 해답을 내 놓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필자는 새누리당 부설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실장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른 입장에서 최근 국정교과서 관련한 조사 결과를 부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조사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겸손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지적하는 많은 학자나 전문가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실례로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찬반 정국에 많은 국민들이 반대론자들에 동조해 집회나 시위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들불처럼 번져 있었던 각종 괴담이나 악성 루머에도 불구하고 실제 우려했던 사태는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여론조사가 보편화되고 강력한 수단이 된 현대사회에서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있어서도 안되지만 그 결과 자체를 참고자료 이상으로 맹신하는 것 또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여론조사는 단지 여론조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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