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그 이후가 더 중요한 이유…직선제 논의 계속돼야

 

지난 4일 열릴 예정이던 충남대 차기 총장 후보자 선출 일정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보다 하루 앞선 3일 법원이 총장 선출 일정을 재공고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결정해서다. 법원은 교수회가 제기한 효력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의 여러 항목 가운데 후보자 접수 게시일과 공고일을 같은 날로 정한 것이 오류라며 신청인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튿날인 4일 대학 측은 차기 총장 후보자를 뽑아야 할 날에 재공고를 냈다. 교수회는 직선제 전환 관련 규정 등에 대해서는 모두 패했지만 일부 소득이 있었다는 데 만족했다.

하지만 대학과 교수회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선거 후유증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대학과 교수회, 교수회와 직원 등 갈등 구조가 복잡 미묘해 진 것도 향후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추첨식 간선제로 인한 ‘로또 선거’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적 시각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총장 선출의 정당성 여부가 논란을 키울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기 때문이다.

# ‘Good’

법원이 대학 측의 공고 내용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한 것은 학무위원과 전교 교수회 임원들이 출마하기 위해 사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교수회의 지적은 틀리지 않았다. 만약 당초 공고 내용대로 진행됐다면 선거 이후 절차상 중대 문제가 야기될 수 있었다.

법원은 당초 공고에 따른 절차를 통해 총장 후보자를 뽑고 이후 총장 임명이 이뤄지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이 공고의 효력을 정지해야 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공고의 효력정지 이유를 조목조목 댔다. 공고 효력 정지로 인해 총장 임명 절차가 지연되고 학사 일정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으나 ▲위법한 공고에 따라 임명된 총장의 지위에 대한 다툼이 계속돼 더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새 공고를 통해 선정 절차를 다시 거치는 것이 더 큰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 ▲학사 일정 지장은 총장 직무대행자를 맡는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 ▲총장 임용 시까지 시간적 여유가 다소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를 정확히 지적했다.

대학 역시 법원의 판결을 인정했다. 곧바로 이튿날인 4일 오전 학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부분을 보완해 재공고 절차를 진행했다. 오는 23일 최종 선출 일까지 확정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에 비춰 기존의 느슨한 행정적 관례(?)와 달리 이례적일만큼 빠른 속도로 후속 조치를 취했다.

양쪽의 입장 모두 합리적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란 지적이 지역사회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 ‘Bad’

교수회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4일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교수회는 현 총장의 무리한 추첨식 총장 후보자 선출 강행이 이번 파행의 원인이라고 했다. 일단 책임을 떠넘기는 자세를 취했다.

교수들 역시 피로도가 극에 달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방법론에선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각종 수단을 난무했다. 법적 소송이 그렇다.

이번 소송의 일부 신청인은 스스로 후보에 출마하기 위해 게시일과 공고일이 같다는 부적절함을 지적해 법원의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처음부터 줄곧 직선제 전환을 요구했다. 출마 의사는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대학 측의 일방통행 식 행정에 제동을 걸었다는데서 의미를 찾았다. 자신의 의사와 달리 법을 싸움의 수단으로 활용한 셈이다.

대학 집행부 역시 마찬가지다. 꼼꼼히 들여다보지 못한 탓에 게시일과 공고일이 겹쳤고, 재공고까지 냈다. 직선제 전환을 요구하는 교수회 측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이유를 댔지만 재공고를 낼 때는 집행부 스스로 20여일 늦어질 뿐 이라는 간소화된 설명을 이어갔다.

집행부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현 총장은 기자간담회 때 이를 강력 부인했지만 꽤 개연성이 높은 얘기들이 나왔다. 총장이나 집행부는 극구 부인하지만 주변에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는 반응이다. 분명 되짚어 볼 문제다.   

대학 구성원 간 갈등과 분열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수차례 대학-교수-직원 간 진행된 협의 역시 따로 국밥이었다. 교수회는 교수들대로, 대학본부는 본부대로, 직원단체는 직원들대로 각각의 입장만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양보와 타협도 없었다. 대학의 자율화와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미명 아래 갈등은 더 꼬여갔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크다.

그러는 사이 지역거점국립대는 안팎으로 멍이 들었다. 교수들끼리 이익을 위해 싸우는 동안 대학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쓴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직선제, 간선제 선출 방식에서 출발했다. 교육부가 총장 선출 방식을 각종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국립대를 옥죈 탓이다. 직선제를 취할 경우 돈을 주지 않겠다며 대놓고 압력을 행사했다. 재정 자립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대학이 오롯한 입장을 취할 수 없기 마련이다. 결국 교육부의 잘못된 대학 정책이 국립대 구성원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유발한 셈이다. 대학 구성원들 간 싸울 게 아니라, 교육부를 상대로 요구사항을 외쳐야 하는 이유다. 그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 ‘Promise’

또 다시 주사위는 던져졌다. 교수들은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며 직선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은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다며 추첨식 간선제를 강행하고 있다.

오는 23일 총장 후보자가 뽑힐 예정이다. 선출된 당사자에게 확약을 받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대학도 약속한 바 있고, 교수회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직선제 전환 논의를 계속 이어가라고 말이다.

이번만큼은 대학 발전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총장 공백’ 사태에 대한 우려까지는 감수할 만하다고 본다. 때론 다수가 정의를 대변하지 못할 때가 있다. 소수의 정의가 다수의 정의를 위해 양보해야 할 상황까지도 이해하겠다.

다음엔 이런 명분이 통하지 않을 게 자명하다. 그러므로 총장에 선출된 인물은 구성원들에게 반드시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놔야 한다. 그게 갈등의 최후 폭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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