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미운오리새끼 취급받는 '백조의 꿈'

세종시 유일한 사학이자 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성남고등학교.

지난 2010년 현재의 위치로 신축 이전한 뒤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신식 시설을 바탕으로 예술계와 인문계가 결합된 특성을 살려 각종 UCC경연대회나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역에서는 ‘성남행복99방’의 성공적 운영에 힘입어 세종행복배움터 특성화사업 ‘2013년 최우수학교’로 선정됐다.

입시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개교 최초로 이화여대 합격생을 3명 배출하고 연세대, 일본 교토조형대·세이카대 등 명문학교 진학에 성공하면서 명문 사학으로 도약하는 듯보였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변했다. 학교법인 대성학원의 교직원 채용비리가 터지면서 이미지가 급격히 하락했다. 공교육과 달리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사립학교의 장점이 사라졌다. 대신 사립학교법이라는 방패 뒤에서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운영되는 ‘치외법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았다.

물론 부정행위에 가담한 교사는 ‘일부’일 것이라 믿는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조직 전체가 타격을 입을 만큼, 교육기관이 져야 할 도덕적 의무감은 무겁다. 사립학교가 명문으로 받아들여질 땐 모든 교육공동체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만, 반대의 상황이 되면 어떤 모습이든 어두운 단편만 기억에 남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세종시의회가 쥐꼬리 법정부담금을 두고 맹공을 퍼부은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학교법인의 부도덕한 면모가 드러나자 괘씸죄(?)에 대한 중량이 가중된 것.

게다가 그 이유가 대전의 자사고(대성고)를 먹여 살리기 위해 세종에 뚝 떨어진 성남고를 등한시해서 생긴 결과라고 하니 더욱 부아가 치밀 수밖에. 이쯤 되면 성남고는 대성학원의 ‘미운오리새끼’ 아닌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의외였던 것은 이번에 부정 채용된 교사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자녀를 전학 보내고 싶다 하소연했던 한 학부모는 이 교사가 오랫동안 학교에 근무해온교사들보다 더 열성적이고 허물없이 학생들을 대해 학생들이 많이 따랐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이번 일로 그만두게 되면서 아이들의 방황이 심해졌다고 한다. 성남고가 벗어 던져야할 묵은 때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본적인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성남고를 대성학원으로부터 독립시키는 방안은 어떨까. 사실 대성학원이 정상화 과정을 밟는다 한들, 학교재단이 성남고의 미래에 대해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 불투명하다. 대전시교육청 주도로 이뤄지는 학교정상화 과정에 성남고가 또 한 번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하는 것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

더 큰 우려가 있다. 제 손으로 사퇴서를 제출한 기존 이사진이 임시이사회 이후 그대로 복귀한다는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강제로 직위해제를 당한 것이 아니기에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럴 경우 겉옷만 정상화로 갈아입었을 뿐, 비리의 잔재는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자칫 그들에게 ‘이미 책임을 지지 않았냐’는 더 큰 명분을 쥐어주게 된다.

그런 점에서 세종시가 갖고 있는 지역적 특성과 그 안에서 성남고가 해야 할 역할과 가능성을 찾아줄, 새 학교운영진이 필요하다. 물론 대단히 조심스런 이야기다. 아름다운 백조로 날개 짓 하는 성남고를 보고 싶은 마음에서 꺼낸 고육책이라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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