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4·13총선과 ‘개미방아(ants mill)’

'안철수의 멘토'로 유명한 고려대 장하성 교수. 그가 청년세대의 참여와 행동을 촉구하며 쓴 <왜 분노해야 하는가> 후반부에 개미방아(ants mill)에 대한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수 만 마리가 군집을 이루고 살아가는 군대개미(army ant)는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앞서가는 개미가 남긴 페로몬 자취를 따라 계속해서 이동하는 유목개미다.

그런데 맨 앞에 선 개미가 방향을 잃고 원을 그리게 되면, 개미집단은 종말을 맞을 때까지 서로의 페로몬 냄새만 쫓으며 계속해서 같은 자리를 맴돌게 된다.

장 교수는 "기성세대가 남긴 페로몬의 흔적을 지우고 청년세대 자신의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지 않으면 우리 모두 개미방아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의 주장은 한국사회 불평등이 무엇때문에 심화됐고,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맞닿아 있다. 그는 우리사회 불평등의 원인을 '분배의 실패' 때문이라고 바라본다. 불평등의 초점은 재산이 아닌 소득에 맞춰져 있으며, 불평등한 고용구조가 우리사회 불평등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시각을 내비친다.

이런 구조를 만든 사람들이 바로 기성세대이고, 기성세대가 뿌려놓은 페로몬에 취해 청년들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개미방아’의 지옥을 맛보고 있다는 시각이다. 때문에 복지예산을 늘리는 재분배정책으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으며, 근본적으로 임금분배구조와 고용구조를 개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장 교수의 주장이다.

이 대목에서 '과연 그런 개혁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에 봉착한다. 역대 어떤정부도 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10년의 진보정권 집권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상대적 차이만 있었을 뿐, 한국사회 불평등은 계속 심화돼 왔다.

저자는 청년세대에게 '분노할 것'을 권한다. 책의 제목 그대로다. 표지만 읽는다면 꽤나 선동적인 언사로 이해할 수 있다. 1980~1990년대처럼 젊은이들이 사회변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일까?

전혀 아니다. '참여의 동기'가 분노에 있음을 역설하고 있을 따름이다. '민주주의가 가진 투표의 무기가 작동되면 자본주의 돈이라는 무기를 이길 수 있거나 적어도 제어할 수 있다'는 저자의 메시지. 즉, 분노하라 그리고 투표소로 향하라는 의미다.

다시 개미방아의 교훈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만약 맨 앞에 선 척후개미가 앞을 바라볼 줄 아는 시력을 지녔다면, 이 집단은 개미방아란 지옥만큼은 맛보지 않을것 아닌가.'

'개미방아'의 교훈은 한 집단에서 리더의 역할, 선각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장님개미를 선택 할 것인가, 아니면 시력을 가진 척후개미를 선택할 것인가.

분노는 청년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한다면, 그 누구라도 분노할 수 있다. '분노하라, 그리고 투표소로 향하라.' 장 교수와 필자가 공유하고 싶은 메시지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