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제언] 세종시 주택공급제도 개선, 시급하다

행복도시특별법에 주택 공급기준 별도 마련해야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개발계획에 의하면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의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20만호의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 중에서 1단계 8년 동안 (2007~2015년) 공급할 주택 수는 총 6만호(15만 명 수용)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실제 공급한 주택 수는 이 목표치를 넘어선다.

분양 주택수로 보면 2010~2015년 사이 총 7만 8627가구, 입주가구 수로 보면 총 4만 6165가구가 공급됐다. 단기간 많은 주택을 공급한 덕분에 세종시 인구는 2012년 7월말 출범 당시 10만 3127명에서 2015년 12월말 21만 884명으로 10만 7757명(104.5%)이 늘었다. 2만 여 가구가 입주했던 지난해엔 옥천군 인구에 버금 가는 5만 4759명이 늘어나기도 했다.

참여정부, ‘렌탈 시티’ 검토한 이유

청약제도와 결합된, 현행의 분양제도는 수분양자에게 불로소득과 같은 투기적 이익을 보장해준다. 목이 좋고 경쟁률이 높을수록 전매 혹은 시세차익은 커진다. 지난 4년간 8만호의 주택이 집중 분양된 덕분에 세종시는 전국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나 홀로 부동산 붐’을 탔다.

세종시 인근 주민들이 덕을 많이 봤지만 세종시로 이주해 온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더욱 그러했다. 2011년부터 2015년 12월까지 특별분양 받은 9900명의 공무원 중 6198명이 입주하면서 취득세 감면을 받았다.

약 4000명은 많게는 1억 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분양권을 전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전후 특별분양을 받았던 공무원 중에는 거주자(2년 이상 거주자) 우선 공급제도를 이용해 중복분양까지 받은 이도 적잖다. 분양을 받아도 혼자 와서 살거나 아예 세를주는 경우가 많다. 세종시 아파트 중 36.6%는 외지인 소유고, 나 홀로 가구 비율도 38.6%에 이른다.(통계청. 2015년 12월 30일 발표자료-편집자)

이 모든 건, 국가중추거점도시로서 세종시 특성에 부합하는 주택의 공급방식을 제대로 강구하지 못한 결과다. 참여정부 때 주택건설 방법을 논할 때, 기존 신도시와 달리, 행정도시는 처음부터 ‘렌탈 시티(rental city)’로 조성하자는 방안이 진지하게 검토된 적이 있었다.

분양방식으로 주택을 모두 공급하면, 도시 전체가 투기장이 되고, 조성이 끝난 뒤에도 지대 추구식 개발로 인해 도시가 온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유도시를 지향하는 이러한 이상은 한국 현실에서 쉽게 수용될 수 없었다.

투기 조장하는 신도시건설, 지양해야

지금의 분양방식은 민간에 의한 주택공급을 쉽게 하고, 투기적 이익이란 미끼로 신도시로 거주자를 일시에 대거 끌어드리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거 병영지와 같은 기존 신도시와 달리 세종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고 균형발전을 선도할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정책적 신도시다.

그 만큼 도시의 세포인 주택도 투기적 상품이 아니라 도시적 공공성 실현을 돕고, 함께하는 삶을 지향할 주거수단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재의 주택공급 방식에 대해선 국가백년대계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와 함께 적절한 보완책이 강구돼야 한다.

행복도시 주택이 국가적 자원으로 조성되는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만큼, 그 분양 방식 또한 주택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최대한 확보 할 수 있는 기준과 규칙에 따라야 한다.

세종시는 ‘행복도시 특별법’에 의해 건설되기 때문에 주택의 공급방식과 조건도 건설목적에 맞게 별도로 정할 수 있다. 늦었지만 세종시에 실거주할 경우엔, 공무원과 일반인의 분양자격에 대한 차이를 없애야 한다.

그리고 현행 청약가점제를 바탕으로 하더라도 세종시에 걸맞은 실수요자 우선 청약 및 분양기준을 정교하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득수준, 재산규모, 가구구성, 거주 예상기간, 거주소요정도(housing needs) 등을 반영할 수 있다.

실수요자로 분양을 받을 경우엔, 전매제한을 최소한 4년(임대차 계약 2번에 해당하는 기간)으로 하고, 최초 전매에 대해선 신고를 하도록 해야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전역을 일종의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관리하자는 뜻이다. 대신, 현재 특별분양을 받는 공무원에게 주는 수준의 취득세나 양도세 등의 감면 혜택을 실거주자에게도 동일하게 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주거공공성 확보위한 다양한 대책 필요

실거주가 아니거나 다주택 보유를 위한 목적으로 분양을 받을 경우엔, 분양받은 주택을 ‘안전한 임대주택’으로 조건을 갖춰 시장에 내놓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가령, 준공공임대주택과 같이 임대등록을 하고, 시세의 80~90% 임대료, 임대료 인상 5% 상한, 8년 거주 보장, 계약갱신청구 허용 등의 조건을 갖춘 임대주택으로 내놓는 방안이 필요하다. 행복도시 특별법에 이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면 된다.

현재까지 공급한 주택 중 17%만 임대주택인데, 앞으로 공급할 주택은 이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서 2030년까지 전체 주택의 40%는 공공 및 준공공임대로 구성해야 한다. 21세기 한국을 선도할 세종시에서 공급하는 주택은 소유가 아니라 거주가 목적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급기준이나 방식도 소득, 연령, 세대 측면에서 사회적 혼합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노인, 청년, 신혼부부, 다자녀 가족 등을 위한 맞춤 주택을 일정비율 이상 다양하게 공급할 수 있는 공급제도 보완이 절실하다. 이들을 위한 주거지는 주택만 아니라 다양한 지원시설을 갖춘 특화단지, 가령 출산장려지구, 세대융합지구, 신혼부부특화단지 등으로 조성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재의 행복도시 개발계획 등의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적 주택, 협동조합주택, 시민리츠 주택 등과 같이공급주체의 다변화도 필요하다. 민간건설사만이 아닌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시민리츠(펀드), 재단 등 다양한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길을 열어줘야 할 것이다. 공공원룸, 고시텔, 룸셰어링 등 1인 가구를 위한 저렴한 (준)주택도 구도시는 물론, 신도시에서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유형의 사회적 주택들은 행복도시건설계획 수립 당시엔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들이다. 분양중심 공급제도를 ‘21세기 세종시’에 걸맞는 것으로 재편하기 위해선 세종시청 내에 ‘(가칭)세종시주거복지단’을 설치하고, 주택정책의 협치를 강화하며 ‘세종시 장기주택종합계획’이 우선 수립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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