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우리가 '집'의 이유를 물은 이유

세종시 주택공급 방식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누군가 불필요하게 누리고 있는 특권은 없는지, 그 특권으로 일부 사람들만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는 자성론이다.

세종시 초기 건설과정에 ‘특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했다. 희생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전부처 공무원들에게 아파트 특별공급 권한을 주고, 원주민들에게 이주자택지 분양권을 부여하는 것을 ‘당연한 보상’으로 여겼다.

‘당해지역 청약우선권’ 역시 마찬가지다. 순위 내 경쟁자라면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이미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대의’에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그런데 몇 년 사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희생에 대한 보상’이 그릇을 차고 넘친다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부 중앙부처 공무원은 특별공급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거주하지 않고 되팔아 차익을 남겼다. 그리고 당해지역 청약우선권을 사용해 또 다른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인기아파트는 차치하고 평범해 보이는 아파트마저 세종시에 거주한 지 2년이 넘은 ‘당해지역 거주자’가 아니면 언감생심 넘보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청약경쟁은 늘 1순위 당해지역 경쟁에서 끝나곤 했다. 오죽하면 “당해지역 아니면 명함도 내밀지 말라”는 말이 횡행하고 있을까.

그래서 ‘통행세’란 사회적 은어까지 생겨났다. 외지인이 세종시 아파트를 구입하며 얹어주어야 할 프리미엄을 ‘통행세’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 프리미엄은 세금처럼 누구나 내야 하는 돈이 됐다.

이제 다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때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절반을 이전부처 공무원 등에게 우선 분양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이미 세종시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당해지역 청약우선권을 계속 주는 것이 옳은지, 전매제한 기간을 계속 1년으로 놔두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상위법 테두리 때문에 주택공급의 세부운영 기준을 변경시키기 어렵다면, 특별법에 관련 조항을 넣는 특단의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주택공급의 형평성 문제는 다른 그 어떤 문제보다 민감하고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당국이 ‘쉬쉬’하며 만지작거린다고 해서 뾰족한 해법이 나올 리 만무하다.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와 입장차이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 거친 공방이 오가고 대립이 첨예화된다 하더라도 공개적인 토론이 이뤄진다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 위원회 등 민·관 공동기구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제의 범위도 넓혀야 한다. 주택공급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방법론은 지엽적 문제에 불과하다. ‘다른 신도시와 세종시의 차별성이 무엇이냐’는 근본적 질문부터 던져보자. 국가가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앞세워 토지를 조성하고, 민간건설사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신도시 정책. 이런 방식의 신도시사업에서 ‘투기’는 필연적으로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세종시는 단순한 신도시가 아니다. 세종시 건설의 당위성에 공감하며 미래를 열고자 하는 다양한 계층이 어우러져야 할 도시다. 세종시의 현재 모습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다. 여기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주택공급 패러다임은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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