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살벌한 선거판, 심연의 내 사람을 위해

홍성의료원에 차려진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의 아들 빈소 모습. 홍 의원은 지난 27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었고, 장례기간 부의금을 받지 않았다.
누가 그랬다. 자식이 어디를 다치거나 조금 아프기만 해도 부모 마음은 찢어질 듯하다고. 나도 그렇다. 여섯 살, 네 살 난 아들딸이 감기로 콜록거리고 고열에 신음하고, 배탈이라도 났는지 엉엉 소리 내 울면 밤잠은커녕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자식에 대한 부모 마음이 그럴진대 하물며 자식을 잃은 심정은 어쩌랴.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68.충남 홍성·예산)이 하나뿐인 아들을 갑작스런 사고로 잃었다.

아들의 나이 갓 마흔을 넘겼다. 장례식장에서 문상객들을 맞는 홍 의원의 외양은 담담해 보였지만, 절절한 비통함을 꾹꾹 눌러 참는 듯 했다.

4월 총선에서 3선 도전을 준비 중인 그에게 아들의 죽음은 인생무상(人生無常), 그 자체였으리라.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과 홍 의원께 심심(甚深)한 조의를 표한다.

핏줄로 이어진 연결고리의 '동고동락'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선거구획정 지연과 정치에 대한 무관심 탓에 과거와 같은 선거분위기는 실감할 수 없다. 다만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만은 진지하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독하고 매섭게 사방을 누비며 뛰어다닌다.

이른 아침 대로변 출근길 인사를 시작으로 명함 돌리기와 행사장 돌기, 캠프 전략회의까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 불리는 선거판에는 피도 눈물도, 인정사정도 없다. 믿고 기댈 버팀목은 가족뿐이다. 그 사정을 잘 아는 가족 구성원도 선거운동에 힘을 보탠다.

수능시험을 마친 아들이 아버지 선거캠프에 나와 허드렛일을 돕거나, 군 입대를 앞둔 어느 후보 아들은 아버지 수행을 자처하고 있다. 정치적 동지인 남편을 위한 아내의 내조도 돋보이는 요즘이다. 정치적 성공도 결국 나와 내 가족의 행복(幸福)과 안녕(安寧)으로 귀결된다.

승자만 기억하는 전쟁터, 가족의 이름으로 후회 없어야

자식을 둘러싼 논란에 시달리는 후보도 있다. 천안에서 출마한 한 후보는 혈소판 감소로 병역면제를 받은 자신의 아들을 둘러싼 공세를 받고 있다. 급기야 선거관리위원회에 아들의 병역 관련 의료기록까지 제출하며 대응에 나섰다.

아버지는 억울하지만, 억울함조차 상대 공격의 빌미가 되는 것이 살벌한 이 전쟁터의 현실이다. 여기선 오로지 승리의 길만 보고 달리는 전사들만 있을 뿐이다.

이제 75일 뒤면 치열한 전투는 끝나고 승자와 패자만 남는다. 그보다 앞서 컷 오프나 본선 진출에 실패한다면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엄마 품에 안겨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 붓고, 한 치의 후회나 부끄러움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어느 누군가에는 눈물이고, 부러움이고, 질투일 수 있을 '부모의 이름으로'. 져도, 등 토닥이며 안아줄 '가족'이란 그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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