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프레임의 희생자는 정치신인

20대 총선을 앞두고 세종시 선거구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아직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짓지 못했지만, 일부 언론이 ‘친노 대 친박’ 프레임을 들이대며 대표선수를 지목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프레임으로 세종시 선거구를 재단하는 모습은 진보와 보수언론, 매한 가지다.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에 ‘박근혜의 남자’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실 차장이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식의 보도가 꼬리를 물고 있다. 세종시 선거를 ‘친노 대 친박’ 구도로 보면서 전·현직 대통령의 대리전을 연상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런 프레임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말할 수 없지만,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책대결을 가로막고, 정치신인들의 도전 자체를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오히려 ‘친노 대 친박’ 프레임은 가라앉고 있는 기득권 정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부력장치 역할만하고 있다. 프레임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이해찬(63) 의원과 박종준(51)전 차장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박 전 차장 외에도 김동주(45), 조관식(59), 허철회(36) 예비후보가 등록해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위한 물밑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현역인 이해찬 의원이 7선 도전을 공식화한 가운데, 유재호(51), 임병철(44) 예비후보가 경선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국민의당 구성모(42), 무소속 고진광(60) 예비후보도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어찌 보면 이들은 ‘친노 대 친박’ 프레임의 희생자들이다. 대부분 정치신인들인 이들은 프레임이 고착화되면 될수록,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더욱 멀어질 것이 자명하다.

더 중요한 것은 ‘친노 대 친박’이란 낡은 프레임에 세종시 주요 이슈들이 파묻혀 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생활과 밀접한 보육, 교육, 대중교통 문제는 물론이고 중앙공원, 자연사박물관, 종합운동장 건립 등 산적한 과제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선거 공간에서 이런 문제들이 공론화되고 대안을 찾길 바랐던 시민들의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상실감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정치신인들의 콘텐츠 부재도 문제다.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열정적으로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의제선점에 실패하고 있다. 시민들이 공감할 만한 의제를 발굴하고 동의를 얻는 노력이 절실하지만, 도통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중앙공원 논·습지 확장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학교대란을 겪고 있는 인구밀집지역 아름동의 학교신설 대책은 없나. 누리과정 보육예산 편성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교육청의 이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조치원읍 재생을 위한 확실한 대안은 없나. 자연사박물관 등 지지부진한 국책사업에 추진동력을 달 만한 묘안은 없을까. 세종시에 대거 이주해 온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재취업 대책은 뭘까. 실수요자를 소외시키는 세종시 아파트 청약제도 개선방안은….

잠깐 손꼽아 봐도, 지역 정치가 답해야 할 숙제는 차고 넘쳐난다. 그런데 이런 논란에 대해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해법을 제시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을 찾아볼 수가 없다. 정치신인부터 정치원로까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왜일까. 지금 세종시는 누군가 쳐 놓은 정치프레임의 덫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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