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 | 전 서산시 부시장

최근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장애인‧고령자‧임산부‧어린이의 이용편의를 위해 교통약자석과 낮은 손잡이를 각각 30%, 23% 확대 설치한다고 밝혔다. 교통약자석은 1편성 당(4량, 174개 좌석) 42석에서 12석이 늘어나 54석이 된다. 또한 교통약자석은 일반석과 다른 색상으로 교체하고 특히 임산부석은 식별이 가능하도록 바닥과 벽면에 지정석이 명기된 스티커를 추가로 부착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주 적절한 계획이다.

지하철은 좌석을 놓고 노인과 젊은이가 대립하는 표본실이다. 한 노인이 일반석에 앉아있는 학생에게 “일어나라”고 호통을 치자 무안을 당한 그 학생은 노인에게 “공짜로 탔으면, 경로석에 가서 앉으시라”며 대꾸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노약자석은 노인과 기타 교통약자가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 해, 노약자석에 임신부가 앉았다가 노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노인·장애인·임신부 등이 앉으라고 하는 노약자석을 오로지 경로석으로만 인식하는 데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대전 도시철도 노약자석 전동차 맨 끝 6~12석 지정

모두 대전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다. 대전의 도시철도는 서울에 비하여 노선길이가 짧을 뿐 아니라, 혼잡도도 떨어져서 잠시 서서 간다고 한들 크게 어려움이 없는데도 ‘자리’에 대한 욕망은 크다. 빈자리가 나면 재빨리 다가가다가 다른 사람이 차지하면 머쓱해 하는 광경도 자주 보게 된다.

현재 대전 도시철도 내에서 노약자석은 전동차의 맨 끝에 양쪽으로 세 개씩, 모두 6~12석이 지정되어 있다. 한량의 전체 좌석 가운데 대략 4분의 1이 된다. 일부 전동차에는 노약자석 이외에 아예 6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 전체를 ‘잠깐 배려와 양보! 교통약자석입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으나 이 자리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심지어 분홍색으로 된 좌석에 ‘임산부를 위한 좌석입니다. 임산부 먼저’라는 글과 그림이 있는 곳마저도 중년 남자가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있는 모습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는 광경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 대부분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 폰을 들여다본다. 그러니 노인이나 아이를 동반한 사람이 있어도 아예 보지 못하거나 설령 보았다고 하더라도 한창 즐기고 있는 게임이나 SNS를 중단하고 선뜻 자리를 내주기는 쉽지 않다.

전동차 4량 중 1량 전체 ‘노약자 전용 칸’으로 지정해야

이번 도시철도공사의 계획에 전적으로 찬동하면서,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4량으로 편성된 전동차 중에서 노약자 이동이 편리한 가운데 한 량 전체를 ‘노약자 전용 칸’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굳이 노약자석에 앉을 의사가 없는 노약자는 다른 칸에 타면 된다. 둘째, 전동차 외부에는 노약자 전용 칸임을 식별할 수 있는 글과 그림을 그리고, 전체 색상은 눈에 띄기 쉽게 주황색으로 하면 좋겠다. 이렇게 하면 내부 좌석의 색상은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본다.

셋째, 기왕의 전동차 끝 부분의 빈 공간과 세 자리는 유모차를 가진 아기엄마나 임신부 전용  으로 한다. 아울러 경로석 이미지가 강한 노약자석은 노인, 임산부, 장애가 있는 사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는 홍보를 강화한다.

노약자 전용 칸을 만들면, 노소(老少) 간에 물리적‧심리적 단절을 걱정할 수 있으나, 눈치 보기의 갈등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따라 노인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약자에 대한 배려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 이번 적절한 구상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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