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세종이 제외된 이유…대전도 5명뿐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가 되고자 했던 꿈이 사라졌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시와 제주도에서만 불가능하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말 그대로 ‘동화책 읽어주기’ 등을 매개로 유아와 노년 세대를 잇고 여성 노인의 사회활동을 확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사업 취지가 좋고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보니, 선발되고자 하는 이들의 경쟁률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주관 사업자인 (재)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2100명의 이야기 할머니들이 6000여 곳에서 37만 명 유아들과 호흡했다.

이야기 할머니가 점점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바로 ▲정확한 언어구사 능력 ▲자원봉사자로서 의지와 사명감 ▲이야기 활동에 대한 관심과 열정 ▲양호한 건강 등의 자격만 있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반적 제한조건도 없다. 보육교사와 엄마의 교육방식과는 또 다른 차원의 정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학부모들의 호응을 높이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대구‧경북에서 시작해 2012년 4기를 맞아 전국으로 확산됐다. 세종시도 이에 포함됐다. 10명이 자격을 갖춰 9명이 지속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선발 대상에 세종시는 제외됐다. 사업 취지에 공감하는 유치원 수요가 많아야 하는데, 동참 기관이 부진했다.

실제로 현재 세종시 유치원은 단설 22곳과 병설 18곳, 사립 3곳 등 모두 43곳. 이중 26곳만 이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60% 수준의 참가율이다. 참가율이 전국 최저치다. (재)한국국학진흥원이 세종을 제외한 이유다.

결국 새로운 도전을 꿈꿨던 많은 이들이 갑작스런 변화에 헛물을 켜게 됐다. 인근 대전으로 나가볼까 했지만, 이번에는 거주지에서만 뽑는 기준에 막혔다.

올해 선발 마감일은 29일. 지원자격은 1946년 1월1일생(만70세)부터 1960년 12월 31일생(만56세) 중 고정된 직업이 없는 여성이다. 전국적으로 350명을 뽑는다.

경기가 120명 선발로 가장 많고, 부산(34명)과 충남(29명), 경남·북(각 23명), 강원(18명), 전남·울산(각 17명) 등이며 대전(5명)이 유일하게 10명 이하다. 오는 5월 최종 선발된이들은 연말까지 교육을 받고, 내년 3월 이후 거주지 내 유아교육기관에서 활약할 수 있다.

1명의 선발권도 얻지 못한 세종시 여성 노인층에게는 그림의 떡이자 부러움의 대상이다. 세종시 여건과 특수성을 놓고 보면 아쉬운 대목이다. 어찌 보면 가장 이 사업을 필요로 하는 곳이 세종이다.

무엇보다 30·40대 젊은층 이주 쏠림 현상(평균 연령 약31세)은 유아교육기관 급증을 자연스레 유도하고 있다. 일단 수요는 확실히 늘고 있단 얘기다. 공급대상인 선발대상(만56세~70세) 여성 인구도 1만2427명으로 적지 않다.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신도시 특성상 좁디 좁은 사회활동 문턱을 넘어야 하는 여성 노년층에게 거주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세대와 어우러질 수 있는 정서적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본다.

세종시 제 기관이 유아교육기관의 참여 확대와 사업 주관 기관의 전향적 지원에 관심을 기울여야할 때다.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지는 도시세종이 진정한 명품 도시 성장의 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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