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세종교육청을 전교조가 장악했다고?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교육계까지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진보교육감을 겨냥한 보수 성향 교육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의 공세가 그렇다. 비록 한국교총의 주장이 무위에 그쳤다지만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지난 22일 교총은 “일부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비서, 보좌관 등을 공모 교장에 임명하고 승진시키는 등 측근에 파격 인사를 단행해 인사관리원칙을 위반했다”며 이른바 코드 인사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국교총은 전국(총 17명)의 진보교육감 13명 중 세종을 비롯해 6명에 대한 코드인사를 언급했다.

교총은 교육청별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교육부의 감사를 요구했다. 교육부는 그러나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을 인정하며 선을 그었다. 일단락된 셈이다.

이로 인한 여파인지는 모르나 세종시 안에서 진보성향인 최교진 교육감이 전교조 출신들로 코드인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지난해 말 교육전문직 전국공모 합격자 24명 중 23명이 전교조 출신’이라는 꽤 상세한 내용까지 나왔다. 실제 기자도 지인을 통해 이런 소문을 전해들은 터였다.

“이게 사실일까” 의문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직접 나섰다. 어렵사리 지난해 11월 발표한 세종시교육청 교육전문직의 전국단위 공개전형 최종합격자의 전교조 활동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문이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 총 합격자 24명 중 전교조 활동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은 11명이다. 전체의 45.8%다. 절반을 밑도는 수치를 놓고 ‘장악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한지 되레 의문이 들 정도였다.

교육청 관계자에게 확인하니 “공정한 과정으로 채용됐다”며 코드인사 논란을 일축했다. 출제위원, 채점·면접위원 모두 100% 외부인사에다 100% 블라인드 평가(답안지의 주인이 누군지 모르게 가림)로 진행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여기에 단계별로 위원을 모두 다르게 해 진행했기 때문에 도저히 누구를 봐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리하자면, 전교조 출신들이 과거 보수교육감 시절보다 많이 등용되고 있는 건 맞지만 교총의 주장대로 ‘절차와 시스템을 왜곡한 인사’는 아니라는 것이 기자가 내린 결론이다.

물론 과거 보수교육감 시절과 비교해 교육행정의 핵심부에 진출하는 숫자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현상이 마치 진보교육감에 줄을 서서 어떤 이득을 보려는 기회주의로 비춰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진보교육감을 향한 교총의 공세는 오히려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간다. 이는 그동안 보수교육감 시절의 요직을 온통 교총 출신자들이 장악했던 과거 사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만약 반대로 묻는다면 교총이 ‘그 때 그 시절’ 이뤄진 인사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그에 대한 대답이 곧 이번에 자신들이 진보교육감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일 테니 말이다.

끝으로 교육계에 ‘전교조 출신이 세종교육청을 장악하고 있다’는 불안감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면, 어찌됐든 최교진 교육감과 세종교육청 내 전교조 출신 인사들은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자의든 타의든 위화감이 조성됐다는 뜻이며, 최 교육감이 외치는 ‘모두가 행복한 교육’과는 엇박자가 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봐온 진보 대 보수의 편 가르기를 교육계에서는 더 이상 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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