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구도심에 집중하는 ‘이해찬식’ 선거운동

107, 74, 33. 맨 처음 숫자는 총 집무 일수고, 뒤 이은 숫자는 각각 서울과 세종에서 근무한 날수다. 작년 취임 이후 1월 말 기준 수치로 본 황교안 국무총리 얘기다. 현 총리는 작년 6월 18일 공식 취임한 후 같은 해 8월 4일 세종시를 첫 공식 방문했다. 취임한지 48일 만이다.

올 들어 1월 말까지 총 107일의 집무일 중 약 7대3 정도의 비율로 세종시 집무일이 매우 적다는 사실을 최근 세종시 한 시민단체가 분석해 내놨다.

현 총리는 전입신고도 한 어엿한 세종시민이다. 그는 작년 취임 초 명품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사실 ‘명품’이라는 말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세종시 건설계획 수립에 관여한 이해찬 총리 시절부터

김황식, 정홍원, 그리고 현 총리까지 세종시를 방문할 때마다 ‘명품’을 외쳤다. 세종시를 자주 비우면서도 말이다. 그때마다 지역사회, 시민사회단체 등은 대한민국 제2의 행정수도인 세종시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경고음을 자주 울렸다. ‘무관심도 관심’의 한 형태인진 몰라도 홀대받는다는 얘기들이 매번 나오는 행복도시의 슬픈 이야기는 오늘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공교롭게도 이곳 현역 국회의원은 이해찬 전 총리다. 참여정부 시절 행복도시건설 계획 수립에 상당부분 관여했다. 이후 세종시가 2012년 7월 특별자치시로 공식 출범한 뒤 이곳 초대 국회의원이 됐다. 그런데 요즘 행복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아 보인다는 말들을 자주 듣는다.

세종시는 현재 조치원 및 기타 읍면동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과 행복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신도심으로 나뉜다. 인구도 두 지역이 9만 명 대 13만 명으로 신도심이 많다. 다만 유권자는 두 지역이 각 8만여 명으로 비슷하다. 이 와중에 이해찬 의원은 신도심보다 구도심을 찾는 발길이 많다고 한다. 신도심에서 이 의원을 봤다는 얘기를 들은 지 오래다.

 

6선 관록의 여유라는 평가부터 신도심은 아예 제쳐놓고 읍면지역에 거주하는 중장년 및 노년층 공략에만 열을 올린다는 평가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다. 신도심에 정착한 시민들의 대다수는 30~40대 젊은 층이다. 신도시 특유의 친야(親野) 성향에 지나치게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건강 이상설까지 나돌았다.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전략공천이든 경선을 통해서든 이해찬 의원이 후보로 나서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이른바 ‘이해찬 필패론’이다. 이는 중앙당 차원에서도 제기됐다. 중진 의원 용퇴, 당 쇄신 필요성 등과 함께. 심지어 2차 컷오프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리도 들렸다.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

 
한 가지 더. 세종시 건설의 공신으로 평가받으며 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은 이제 7선을 바라본다. 지지층 내에서 조차 적잖은 나이를 감안할 때 이제 후배 양성을 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용퇴론 역시 이런 필패론에 무게를 싣는 배경이 된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뒤섞인 용광로 같은 도시, 세종. 전직 총리가 국회의원을 하는 지역이지만 개발 인프라 등에서 지역 내 불균형이 심각한 곳이기도 하다. 구도심은 행복도시 건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고, 신도심은 신도심대로 각종 생활불편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총선의 향배는 신도심과 구도심, 그 수가 엇비슷한 표심에 달려 있다. 어느 한 쪽에 대한 관심과 집중만으로 승리의 요건을 갖추기 어렵단 얘기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존중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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