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학의 본질

최근 5년간 서울대 교수 65명 사직 ‘현주소’
학생 취업·스펙쌓기 창구 전락, 본질과 ‘먼 그림’
후학들에 사명감·열의 찬 자세가 ‘진정한 모습’
대학, ‘자율성’ 속 발전·활성화되는 ‘특수한 유기체’

 

최근 “더 좋은 자리를 찾아 떠나는 서울대 교수들”이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접했다. 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서울대 전임 교수 65명이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났는데, 그 이유는 낮은 연봉, 열악한 연구 환경, 강의와 행정 업무 부담 등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새롭게 자리 잡은 곳은 유명 사립대나 기업 연구소다. 대학이란 교육의 장(場)이며 동시에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서울대라는 것은 대한민국 국립대학의 상징이다. 이런 서울대 교수들의 이탈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여러 측면에서 읽어볼 수 있는 역사적 이슈라 여겨진다.

대학이 상아탑(象牙塔, ivory tower)의 개념에서 벗어난 지는 오래다. 이미 대학생들의 졸업 후 구직활동을 위한 스펙 쌓기 장소로 전락했고, 진정한 학문 추구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또 스승 혹은 선생의 개념이 아닌, 그저 스펙에 필요한 학점을 주는 사람 정도로 보는 학생들의 시각 역시 대학이 갖는 의미와는 거리가 먼 그림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강단에 서 있는 사람들은 예전과 달라진 대학 분위기에 대해 “우리 때는...”이라며 푸념을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교수들 스스로의 선택이 연봉과 연구 환경, 강의와 행정 업무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직(移職)을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교수들은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연구 성과를 후학들에게 전해주기 위한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그 자리에 앉았다. 각자 갖고 있던 사명감이 환경이 열악하다는 핑계로, 연봉이 적다는 핑계로 흔들려 더 나은 자리를 찾아 간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에서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오히려 스승의 위치에서 환경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명감과 열의에 찬 모습을 후학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대학의 역사를 이어가는데 필요한 것이 아닐까?

물질만능주의적 사고방식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있고, 대학가도 서서히 물들고 있다. 자신의 꿈을 펼쳐나갈 고민을 하기보다 졸업 후 번듯한 직장, 연봉에 연연해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갑작스럽게 나올 수 없다. 스승이라 여기던 교수들의 ‘이유 있는’ 이직, 상아탑이 갖고 있는 원 의미와 거리가 먼 그들의 행동들이 대학의 역사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학이 처한 현실로 인해 과거와 같이 상아탑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정신만큼은 계승될 수 있도록, 적어도 지켜야 될 선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또 교수들이 그 선을 지킬 수 있도록 각 대학 당국 역시 기본적인 자율성은 보장해줘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수갑을 채워두고서 자율성을 주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창의적 연구와 교육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학은 강제적 이행이 아닌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더욱 발전하고 활성화될 수 있는 특수한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다. 대학 역시 이에 발맞춰야 할 시기다. 필자가 강단에 선 지 10여 년이 다 돼 간다. 10년 전, 학생들에게 요구한 것은 자신이 정말 행복하게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언지를 고민하고 그 꿈을 펼치기 위한 후회 없는 노력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학에서의 전공과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고 노력하면서 행복하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지금은 사회와 지구촌 곳곳에서 꿈을 펼치기 위한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고 있어 또 행복하다고 말한다.

많은 제자들이 연봉과 관계없이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으며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면 더 없이 뿌듯하다. 이는 지식을 전달해서 얻는 기쁨보다 가늠할 수 없는 뿌듯함을 준다. 20년 후에도, 30년 후에도, 이런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 필자 역시 지켜야 할 선을 고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대학 역사를 위해, 한국 사회 곳곳에서 열정을 쏟고 있는 젊은 제자들을 위해 교수들이 참스승의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

글을 정리하면서 참스승, 참교육자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해 본다. 필자의 아이는 이제 막 초등학교 2학년이 됐다. 1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은 30년이 넘는 교직생활을 하신 분이었는데, 아이들이 공부에만 시달리는 것에는 절대 반대하신 분이다. 오히려 아이답게 뛰어놀고 여러 가지 장난을 시도하게 하셨다. 그리고 선생님과 반 학생들 간의 몇 가지 약속을 정하셨는데,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선생님과의 약속만큼은 철저하게 지켜나갔다. 나름의 규율 속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했던 아이들은 옆 반 아이들보다 받아쓰기 성적은 떨어졌지만 생각의 틀은 오히려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갈 줄 아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들로 성장했다.

초등학교부터 교육의 틀이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 과연 대학과 대학 내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들의 생각의 틀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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