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메르스‧가뭄에 이어 구제역 창궐 속 '인권회의'라니

안희정 충남지사의 이 같은 ‘인권도정’이 참 한가한 소리로 들리는 것은 기자뿐일까? (자료사진)
“그때를 기억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잠이라도 실컷 자봤으면 원이 없겠네요.”

지난해 5월 메르스 첫 확진판정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충남도는 재난 상황을 겪고 있다. 하늘이 도운 가을비에다 금강~보령댐 도수로까지 통수되면서 사상 최악의 가뭄을 극복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구제역이 터져 국내 최대 축산단지인 홍성으로까지 퍼진 상태다.

도 공직자들의 피로감도 고조되고 있다. 각기 다른 부서가 위기상황에 대처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기후변화와 감염병 등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지만 유독 충남에서 그 정도가 심해 정확한 원인분석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보도하는 기자들도 속이 편할 리 없다. 구제역 르포를 위해 현장에 간 도청 출입 기자는 “여기는 왜 왔느냐?”는 양돈 농가의 싸늘한 반응에 난감했다고 한다.

벌써 돼지 1만 9267두가 살처분 됐다. 그동안 워낙 많이 겪어온 일이라 이 수치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사람으로 치면 거의 전쟁 수준이다. 부디 구제역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충남도와 광주시,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인권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제2회 한국인권회의’(인권회의)가 24일부터 이틀간 예산 덕산 리솜스파캐슬에서 개최된다.

안희정 지사가 연초 기자회견을 통해 2016년을 ‘여성과 소수자 인권을 위한 한 해’로 규정한 것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를 비롯해 윤장현 광주시장,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하승창 서울시 정무부지사 등 2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내빈 모두 정치적 성향이 분명한 인사들이다.

이들 내빈은 특히 지역사회 및 도시와 인권을 주제로 일종의 토크쇼도 진행한다. 안 지사는 유독 이런 스타일의 행사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자신이 주인공이 돼 대중 앞에 서서 자유롭게 말하는 자리를.

안 지사는 개회사에서 “인권은 모든 폭력에 반대하는 것으로, 우리 국민들은 민주화 과정을 통해 국가의 폭력과 맞서 싸워 이를 극복했다”며 인권도정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인권도정’이 참 한가한 소리로 들리는 것은 기자뿐일까? 지난번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도정의 모든 것이 도민의 행복과 인권 향상에 초점을 둬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지만 그렇다고 도가 시민단체나 유엔 산하기구가 되어선 안 된다.

인권을 도정의 최우선순위로 삼아 혈세를 들일 이유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충남이 인권 후진지역도 아니지 않는가? 이번 인권회의는 주요 신문‧방송을 통해 다뤄질 텐데 이를 지켜보는 축산농가들의 심정은 어떨지 자못 걱정스럽다.

아무리 의미 있는 행사일지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춘향전>에 나오는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 황금 술잔의 맛있는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반가효만성고’(玉盤佳肴萬性膏: 옥쟁반의 먹음직한 안주는 만 사람의 기름이니)가 될 수도 있음을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누군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기사보강: 3월 24일 오후 5시 24분]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