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 | 전 서산시 부시장

최근 충청남도는 아파트관리비와 관련한 불법사항과 부조리를 뿌리 뽑기 위해 도, 시‧군 감사공무원과 회계사로 합동감사반을 구성하여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도내 300세대 이상으로 의무관리를 해야 하는 공동주택 444개 단지다.

이에 앞서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실시한 공동주택 회계감사 결과 전국의 8,991개 단지가운데 20%에 가까운 1,610개 단지가 회계처리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비리행위자의 76.7%는 입주자대표 회장과 관리소장이라고 밝혔다.

공공요금 몇 백 원에도 민감… 아파트 관리비는 ‘내라는 대로’

우리나라는 국민의 60%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입주민들이 부담하는 관리비 등이 일부 관계자의 탐욕과 미숙한 업무처리로 부당하게 집행되어 물의를 빚어 왔다. ‘사적 자치영역’으로 인식되어 사각지대로 방치된 것이 주된 이유다. 공공요금은 몇 백 원만 올라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단지에서는 한 건의 공사만으로도 세대 당 몇 만원에서 몇 십 만원을 추가 부담하게 되더라도 ‘내라는 대로’ 내고 있는 실정이다.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송주열 대표는 “아파트는 견제가 안 되기 때문에 몇 억 정도 쓰는 것은 일도 아니고, 잘만하면 아파트 한 채 버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며 “사실상 회계조작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동 대표나 회장 선출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빚어지고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것은 입주민을 위하여 봉사하겠다는 순수한 마음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있기에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아파트 관리와 운영에 관한 사항은 입주민의 무관심 속에 입주자대표 회장과 관리소장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관련 법규와 관리규약이 있으나 대표회의에서 결정하면 웬만한 것은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기에 비리나 부조리가 개재될 수 있는 것이다.

허위로 증빙서를 만들거나 사업비를 부풀려 빼돌리는 것은 초보수준이다. 허술한 설계로 공사비가 부풀려지고, 그나마 ‘예정가격’이 없는 ‘최저 낙찰제’라는 규정에 따라 설계금액을 초과하는 응찰자를 낙찰자로 하는가 하면, 과다설계에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집행하려다 제동이 걸려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금액으로 집행한 사례가 있다.

설계와는 다른 자재로 시공한 것을 밝혀낸 대표에게, “얼마를 줄 테니 눈감아 달라”는 회유가 있었는데, 하자를 지적한 사람을 누군가가 ‘무슨 영문’으로 시공사에게 알려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방수공사, 도색공사, 엘리베이터 교체 등 최소한 수 천 만원에서 수 십 억 원이 들어가는 대형공사에서부터 소규모 공사까지 곳곳에 허점이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지자체에서 민간분야에 대한 조사는 처음 실시되는 것에 큰 의미를 두면서, 투명한 아파트 관리로 주민의 부당한 부담을 없애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관리업체 선정과 관리소장 및 직원 임명 면밀히 살펴야

먼저, 관리업체 선정과 관리소장 및 직원 임명에 관하여 면밀하게 보아야 한다. 금액이 큰 장기수선충당금의 부과, 징수 및 집행상황을 집중하여 살펴보고, 예치기관 선정과 출납현황을 꼼꼼히 짚어보아야 한다. 세대별 관리비와 총액이 정확한지, 전기료, 수도료 총액과 개별 세대의 합계액은 일치하는지, 시설 임대, 경비업체 선정, 재활용품 분리수거 수입금, 알뜰장터운영, 광고물게시판 수입, 광고지 부착 비용 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부조리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제도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파트 관리의 기본인 ‘관리 규약’의 기준이 되는 국토부의 법규와 지자체의 준칙을 합리적으로 고치고, 지자체의 실질적인 지도‧감독이 있어야 한다. 아파트 관리에 전반적인 권한을 가진 입주자 대표가 제대로 선출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 대표자 선출에 관리소장이나 특정인에 의하여 좌우되고, 특히 방문투표제의 허점이 크므로 동 대표 및 회장, 감사 선거도 선관위나 지자체에 위탁하여 시행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아파트관리비 등의 부과, 집행에 관한 사항을 점검하는 감사(監事)를 두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감사는 입주자 대표를 겸하고 있는 관계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뿐더러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스스로 감사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감사는 공공기관이나 법인 등에서 일정기간 이상 회계, 감사 업무경험이 있는 사람 가운데서 선출하도록 하되 입주자 대표와 겸직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몇 개 단지 담당하는 유급감사제도 고려해 봐야 

필요하면, 몇 개 단지를 담당하는 유급감사제도 고려해 볼 사항이다. 아울러 3백 세대 이상의 아파트는 외부감사를 받도록 규정에 따라 이행하고 있는지, 실제 실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제대로 감사를 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동 대표 자격제’시행과 일정 금액 이상의 공사는 설계, 시공업체 선정 및 준공 검사 등의 절차를 지방자치단체에 위탁 시행하는 방안, 장기적으로는 ‘공동주택관리공사’를 설립 등도 적극 검토하였으면 한다.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하게 되면 사전 또는 조사기간 중 제보창구를 운영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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