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이해찬 컷오프 후 대안 없는 무책임 총선 지속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세종시 총선을 포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새누리당 박종준(51) 후보와 2강 구도를 굳힌 무소속 이해찬(63) 후보를 컷오프해서가 아니다.

'정무적 판단'이라는 명분 없는 결정이 더민주 진영의 계속되는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인원수를 떠나 더민주 소속 시의원과 당원이 둘로 갈라섰다.

더민주 중앙당 ‘정무적 판단’의 끝은 ‘자중지란’

선거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세종시당은 누가 탈당하고 가입했는지 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이전 지방선거 등에서 고배를 마신 인사들로 채워진 문 후보 캠프와 세종시당의 어려움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반면 이 후보 진영에는 기존 세종시당의 주축 인사들이 대거 합류해 있다. 세종시당이 이해찬을 중심으로 ‘사당화’돼 있었다는 방증이다. 이들이 당무를 거부하고 문 후보에게 순순히 협조하지 않는 것은 필연이다. 탈당하지 않고 이 후보를 돕고 있는 인사들에게 당원 자격 정지 또는 고소‧고발로 맞설 수밖에 없는 문 후보 측의 대응도 불가피하다. 이런 일련의 충돌과 에너지 낭비는 ‘중앙당의 명분 없는 정무적 판단’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세종시 더민주와 무소속 유승민 후보를 컷오프한 뒤 대구에서 역풍을 맞고 있는 새누리당이 오버랩 되는 이유는 왜 일까? 새누리당이 유 후보 지역구에 대한 중앙당의 무공천 결정과 대구지역 출마자들의 무릎 꿇기 읍소로 진화에 나섰으나 불리한 국면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종인 대표가 전략 공천 후 세종시에서 보여준 모습은 지난 9일 오후 4시쯤 어진동 세종호수공원을 방문해 지원 유세한 게 전부다. 호수공원 곳곳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한 것도 아니다.

유세차량 앞 선거운동원과 시민 20여명과 악수를 나누고 차량 위에서 약 10여분 정도 연설만 하고 유유히 세종을 떠났다. 경제 양극화를 심화한 현 정부 심판과 문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호소했을 뿐, 미래 세종시 발전 등의 약속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략 공천한 문흥수 후보, 이해찬 대체할 만한 자질 갖췄나?

이해찬을 대체하는 인물로 전략 공천한 문흥수(59) 후보의 자질론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여간 자신의 고향인 예산‧홍성 지역구에 무소속 출마해 각종 공약을 쏟아낸 바 있다. 그런 그가 지난달 23일 갑자기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세종시로 옮겨왔다.

산적한 현안과 2020년까지 세종시 신도시 건설 2단계(자족적 성장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시민들이 기대하는 중량감 있는 인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때 물망에 오른 한만희 전 행복청장처럼 행복도시를 잘 이해하는 인물이나 문재인 대표처럼 제2수도 비전을 담아낼 만한 비중 있는 정치인도 아니었다. 서울대 법대와 서울중앙지검 부장판사 등의 이력만 부각됐다.

지난달 24일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문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은 더민주의 졸속 공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선거일을 20일 앞두고 비전과 공약을 제시해 달라고 하자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내놓은 게 전부였다.

이날 회견에 동행한, 중앙당에서 왔다는 한 참모도 “문 후보를 오늘 처음 만났다”며 아무런 대책 없는 움직임을 시인했다.

지난달 30일 세종시 출입기자단(17개사)과 지역 시민사회단체(11개)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 참석 과정에서도 물의를 빚었다. 기자단의 토론회 개최 알림과 참석 요청은 같은 달 16일 각 후보 진영에 동시 이뤄졌다. 이해찬 후보 탈당과 함께 후보가 없고 시당 기능이 마비된 더민주에게는 중앙당 대변인실을 통해 알렸다.

이어 같은 달 23일 토론회 유의사항 공지문과 24일 토론회 공통 질문지가 문 후보를 포함한 5명 후보에게 동일 시간대 전달됐다. 문 후보는 23일 토론회 참석을 약속한 뒤, 25일 재확인 질문에도 “참석에 이상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29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교통정리를 지금 한번 해야 할 시점이다. 당일(30일) 오전에 ‘둘 다 망해도 좋을 것인지’ 등을 놓고 중앙당과 회의를 해야 해서 참석이 어렵게 됐다”고 이해를 구했다. 또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물어드리겠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란 말을 되풀이 했다. 

이런 와중에 당일 밤 9시쯤 진행된 지역 방송사 토론회엔 참석해 그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이 자리에는 이해찬‧여미전 후보가 불참한 채, 박종준‧구성모‧문흥수 후보 3명이 토론을 벌였다.

문 후보의 뜬금없는 단일화 제안, 진정성은 있나?

문 후보는 지난 9일 김종인 대표가 세종을 방문한 현장에서 ‘이해찬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단식을 선언했다. 이 후보 측이 자신의 야권 단일화 제안을 거부했다는 게 이유다. 반면 이 후보 측은 “그런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반박해 진실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단일화 제안의 사실 여부를 떠나 문 후보의 진정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 보편화된 단일화 방식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뚜렷한 명분이나 방식제안’도 없이 단일화를 제안했다는 말만 무성하다. 

실제 문 후보는 지난달 29일 전화통화에서 “기존의 단일화 방식대로 가면 내가 무조건 그만 둬야한다”는 말로 단일화 자체에 부정적 시선을 내비친 바 있다.

현재 ‘박종준 VS 이해찬’ 2강 구도로 굳어진 선거 판세를 보더라도 문 후보가 기대하는 문 후보 중심의 단일화 실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각에선 단일화 카드로 검토했다는 ‘문 후보에게 경선 가산점 25% 부여’ 방안이라면 또 모르겠다. 어떤 후보가 이런 카드를 받을 수 있을까.

단일화는커녕 문 후보와 이 후보 진영 간 불필요한 기 싸움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문 후보 캠프의 일부 선거운동원들은 최근 ‘이해찬 후보의 과거 골프 전력’을 소셜네트워크(SNS) 상에 퍼트리는가 하면, 유세 차량에서 경쟁 상대인 새누리당 못지않은 강도로 이 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이 후보 진영도 문 후보 캠프를 적대적 시선으로 대하고 있다.

‘둘 다 망해도 좋다’는 총선 포기 수순으로 비춰질 정도다. 문 후보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지난달 29일 전화통화에서 “저는 떨어져도 덜 망신당하고, 21대 총선을 준비하면 된다. 반면 이 후보는 지면 무조건 정계은퇴”라고 말했다.  

세종시 미래 비전을 진정성 있게 책임질 후보가 이해찬이 아닐 수 있다. 더민주 비대위가 내세운 문흥수 후보는 그 만한 자격을 갖춘 것일까? 

현재 더민주가 걷고 있는 길은 최소한 세종시에서 만큼은 가시밭길이자 벼랑 끝으로 향하고 있다. 이해찬과 문흥수 후보 누가 되거나 떨어지더라도 상당 기간 깊은 내홍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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