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상 기고] 더 이상 야구마약에 취할 수 없는 이유

지금은 이글스파크란 이름으로 바뀐 옛 한밭야구장 근처에서 태어나 윤동균, 양창의, 김보현 등 전설적인 초등학교 야구부 선배들을 보면서 성장했다. 고등학교도 야구부가 있었던 학교를 졸업한 나에게 야구는 평생의 관심사와 취미였다. 야구에 대한 사랑은 청년시절 새로이 시작된 프로야구 대전충청 연고의 한화이글스를 통해 이어졌으며 그 사랑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러나 최근의 한화야구를 보면 정말 화가 난다.

이유인즉, 승패와 순위를 떠나 김성근 감독의 선수운용에서 도무지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비합리성과 비정함, 지도방식의 전근대성이 읽혀져서다. 거기에 더해 관중은 안중에도 없는 야구해설가들의 비겁한 해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실망감은 근년에 리그 최하위 성적을 보이던 김응용, 한대화 감독시절 느꼈던 것보다 양상은 다르나 더욱 심각하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지난해 한화의 투혼을 보면서 말 빠른 언론이 한화야구를 마약야구라고 부추겼다. ‘마리한화’란 별칭까지 붙여줬다. 말 그대로 먀약이 무엇인가? 사람이 발휘할 수 없는 능력을 일시적으로 발휘하게 하거나 발휘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종국에는 그 사용자를 파멸로 몰아가는 것이다. 지금의 김성근 감독의 한화야구가 말 그대로 마약에 취한 모습이라고 하면 심한 과장일까?

김성근 야구의 최근 선수기용은 미래가 없어 보인다. 특히 올해 LG와의 개막 2연전은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기선을 잡으려는 것으로 너그러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넥센 전 이후의 선수기용은 지금의 한화이글스 선수 폭을 잘 알고 있는 한화 팬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김재영과 신재영. 두 신인투수의 기용방식은 김성근과 염경엽의 차이점, 즉 조급함과 느긋함, 단기관점과 장기포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여기서 김성근 감독이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한화를 사랑하는 팬들은 김 감독의 승부사적 기질과 프로근성에 박수를 보내는 것 못지않게 인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한화 선수들을 아끼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적이고 모질지 않은 충청의 기질과 닮았는지도 모른다.

한화이글스 선수들은 프로선수들이다. 그러나 시합이 끝날 때마다 선수들을 녹초로 만드는 소위 ‘특타’를 한다고 하는데, 과연 이것이 프로선수들에게 적합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기실 그것은 이차대전 때의 군대나 60년대 운동부에서 해왔던 기합이란 이름의 징벌 아닌가?

프로에서는 선수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자산이며 상품이다. 한화이글스 구단은 김성근 감독에게 그와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계속 부여하는 것이 마땅한지 재고해야 마땅하다. 선수의 어깨와 근육은 투구와 훈련으로 단련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소모된다는 명백한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민주화, 자율화, 인간중심이라는 우리사회의 소중한 가치와 너무 동떨어진 폭압적인 모습까지 가부장적인 카리스마로 미화된다는 점이 나를 더욱 화나게 한다.

김성근 감독은 우리나라 프로구단 감독 중 가장 화려한 실적을 거둔 원로급 중 하나다. 그 제자나 비슷한 또래인 프로야구 지도자와 해설가들이 그의 전횡을 누구하나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점에서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여전히 프로답지 못하다. 전문가들이 그와 같은 수직적 인맥구조에 빠져 정작 전문가다운 해설과 지적을 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김성근이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명성에 빠져 감독과 구단이 잘못된 사실을 시정할 기회를 놓친다면 구단과 선수는 물론 승패•성적과 관계없이 한화이글스를 무한 사랑하는 팬들에게 실망을 넘어 배신이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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