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하는 충남도정이 걱정스러운 이유

5년마다 반복되는 대선처럼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선거에는 종종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등장하곤 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신행정수도건설처럼 말이다.

그에 견줄 만한 것은 아니겠지만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지철 교육감에게도 유사한 것이 하나씩 있다. 안 지사의 ‘3농혁신’, 김 교육감의 ‘참학력’이 바로 그것이다.

도청과 교육청을 출입하는 기자라면 누구나 두 가지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해당 기관의 수장이 주창하고 있는 핵심 가치인지라 그에 관한 기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두 가지 모두 추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그 차이를 알게 된다. 한마디로 3농혁신은 여전히 그 실체를 알기 힘든 반면, 참학력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대목이 있다는 것이다.

안희정의 ‘3농혁신’ vs 김지철의 ‘참학력’ 분명한 차이

도 홈페이지에는 3농혁신의 정의를 “지속가능한 농어업, 살기 좋은 농어촌, 행복한 농어업인”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안 지사는 민선5기부터 3농혁신을 내세우고 있는데, 측근들 사이에서도 “나라님도 해결 못하는 게 농업·농촌문제”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 지사는 주요 기자회견이나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3농혁신 성과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하는데 “임기 말에 구체적으로 밝히겠다”며 언제부턴지 피해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반면 김 교육감의 참학력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유엔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존재하고 있는 직업의 상당수가 머지않아 사라지게 되는 만큼 그에 따른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참학력의 출발점으로 보인다.

김 교육감은 최근 한 회의 자리에서 이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는데, 요약하자면 “미래의 사회 구조적 변화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학생을 배출하지 못한다면 교육이 설 자리가 없게 된다”는 위기감이 참학력을 추진하게 된 동력이 아닐까 싶다.

전통적인 학력의 개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있지만,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의 등장을 보면서 참학력의 필요성은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는 가치가 되고 있다.

3농혁신, 소수자 인권 등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하는 안희정

다시 3농혁신으로 돌아가 보자. 안 지사가 왜 3농혁신을 강조하고 있는지에 대해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이 돌아온다.

기자 역시 이 부분을 공감하고 또 인정한다. 유럽 선진국 중 농업을 중요 산업으로 육성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한편으론 ‘의미(가치) 있는 일’을 중시하는 안 지사 특유의 스타일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난 1년여 간 도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안 지사의 강점이자 약점도 이 부분이다.

예를 들어보자. 안 지사가 올해 초부터 강조한 ‘여성 및 소수자 인권을 위한 도정’ 역시 매우 한가한 얘기로 들리지만 그 자체를 가치 없는 일이라고 할 순 없다.

도정의 또 다른 방점인 행정혁신 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역할 재정립 문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안 지사가 최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지역발전론보다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 공정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처럼 안 지사는 눈앞에 당장 내놓을 수 있는 성과보다는, 표시는 잘 안 나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철학이 확고한 정치인 안희정의 면모다.

그걸 무조건 잘못된 일이라고 비난할 순 없겠지만, 안 지사가 놓치고 있는 점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

“내포신도시 주민들 모두 안 지사 욕해”…1년 채 안 남은 도정 달라져야

기자는 최근 내포신도시 사기 분양 의혹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부동산업계 관계자로부터 매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만나는 주민들 모두 안 지사를 욕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도시가 어디 있느냐는 거죠. 그런데 안 지사는 이런 얘기를 전혀 못 듣는 것 같아요.”

도청과 교육청 등의 입주로 조성된 내포신도시인데 발전 속도는 여전히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안 지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는 원망이다.

안 지사는 내포신도시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다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주민들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앞에서 열거한 ‘의미 있는 일’을 제외하고, 대선 출마를 전제로 안 지사의 성과를 판가름할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내포신도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안 지사 스스로 3농혁신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떨까 한다. 농업과 농촌을 포기하라는 소리가 결코 아니다. 더 이상 ‘의미 있는 일’에만 집중하지 말고 실질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자는 얘기다.

‘3농혁신 전도사’로 통하는 허승욱 정무부지사의 교체도 그런 차원에서 반드시 검토돼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인사는 메시지이자 타이밍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때를 놓친 측면도 있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다면 도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1년도 채 안 남은 상황이다. 안 지사를 위해서라도 남은 기간은 지금까지의 도정운영 스타일과는 달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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