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충청권 대망론의 반기문과 안희정

김학용 주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한국 사람으론 처음으로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유엔사무총장 자리에 오르면서 한국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줬다. 국내 정치가 실망스러울 때마다 눈을 바깥으로 돌려 그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대권후보 여론조사를 하면 1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나는 빼달라”며 손사래도 쳤으나 ‘본심’은 숨기기 어렵다.

반기문 총장의 부지런함과 부정적 평가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 새로운 동반자가 필요해진 현직 대통령이 반 총장과 교감을 이루는 듯 보이면서 유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총선 참패와 함께 눈에 띄는 주자가 없는 여권에선 주목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여당의 원내대표도 그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까지 날아갔다.

반 총장은 매일 4시 반에 일어나고 1년에 지구를 10바퀴 돌 정도로 부지런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업무 능력에선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코노미스트(영국)는 반 총장에 대해 “가장 우둔한 역대 최악의 총장 중 한 명”이라고 혹평했다. 차기 총장 선출에서 유럽 쪽을 응원하기 위한 ‘정치 기사’라는 반론도 있으나 미국(포린폴리시)에서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너무도 무능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더 큰 걱정은 그의 고향에 꾸며진 ‘반기문 생가’다. 그가 대권 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면 ‘생가’부터 논란이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삶이 아무리 훌륭해도 살아 생전에 그의 집을 생사당(生祠堂)처럼 꾸며놓는다면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보고 배울 것이 많아도 그가 대선 후보라면 오히려 감점 요인이다. 

그런 뒤에도 그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남아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인 최초의 유엔사무총장이란 점만으로는 인기가 계속되기는 힘들다. 반 총장이 대선에 뛰어들기 위해선 자신이 올라간 직함보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안희정, 콘텐츠 없는데도 잠룡 평가 받는 이유

안희정 지사는 6년 전 충남지사로 당선된 이후 줄곧 잠룡으로 인정받아 왔다. 처음엔 ‘차차기 주자’로 분류됐으나 이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경쟁을 벌이는 ‘차기 주자’로 거론된다. 스스로도 불펜투수에서 ‘슛이 가능한 선수’로 표현을 바꿨다.

그의 직함은 도지사에 불과하지만 지명도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래도 국민들은 안 지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국민들 머릿속엔 그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적자(嫡子)’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권력의 왼팔’이면서도 희생양을 마다하지 않았고 ‘좌희정’으로 불리면서 이름을 얻었다. 한때 폐족을 자처한 것도, 지금 다시 부활을 꿈꾸는 것도 그 때의 ‘좌희정’이다.

안 지사는 자기 콘텐츠로 자신의 진짜 이름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대권 도전에도 성공할 수 있다. 그는 도지사가 된 이후 도지사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보여준 게 별로 없는 편이다. 지금처럼 이미지 전략만 가지고는 힘들다. 민주주의연구소를 두고 유명 대학 교수에게 자문받는 것으로 될 일도 아니다.

충청 대망론의 두 주인공인 반 총장과 안 지사는 경쟁력 있는 대선 주자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걸었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안 대표는 어느날 정치권 밖에서 갑자기 이름을 얻어 정치판에 뛰어들었으나 실패를 경험하면서 결국 ‘링’ 안에 들어가서 뒤늦게 정치를 배우고 있다.

무기도 없는 ‘링 밖의 선수’는 기대 힘들어

민주화 이후 실시된 5번의 대선 가운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모두 링 안에서 싸워 대권을 얻었다. 거의, 링 밖에서 승리를 거머쥔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한 명뿐이다. 그러나 그에겐 ‘경제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무기(콘텐츠)가 있었다. 나중엔 그런 평가가 부정당했지만 그의 승리는 그가 가진 콘텐츠 덕이 컸다. 물론 이 대통령도 국회를 거쳤고 서울시장을 그만두고 1년 넘게 링 안에 있었다.

반 총장과 안 지사는 지금 링 밖에 있으면서 강력한 무기(콘텐츠)도 없다. 사무총장과 도지사는 링 가까이에 있긴 하나, 월급 받아가면서 딴 일을 하는 링 밖의 자리다. 관객들은 그들이 달고 있는 훈장만 보고 한번 링 안으로 들어가 보라고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링 위에 오른다면 자격을 따지고 무기를 시험할 것이다. 두 사람에겐 이렇다 할 무기가 없다. 특히 반 총장의 경우 사무총장이란 훈장의 증명서와도 같은 ‘반기문 생가’는 링 안에 올라가는 순간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은 좋은 차를 타고 잘 깔린 도로를 달리는 부유층을 부러워 하지만 그에게 얻어먹을 게 없다면 응원하지 않는다. 누구든 응원을 받고 싶다면 자기만의 선물이 가능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가급적이면 좋은 차에서도 얼른 내려 링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문재인 전 대표는 마땅한 콘텐츠는 없어도 가장 정직하게 싸우는 링 안의 선수다. 콘텐츠가 엇비슷한 판정승의 싸움이라면 이런 선수의 손이 올라가게 돼 있다. ‘충청 대망론’을 기대하려면 두 주인공 모두 크게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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