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 기고]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요즘 브렉시트라는 말이 신문을 뒤덮고 있다. 영어를 오래 한 필자도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냥 '검은 방석(black seat)'이라는 의미인 줄 아는 사람들도 많았다. 혹은 너도나도 아무 의미 없이 남들이 그러니까 나도 그런다고 ‘블렉시트’라고 하는 것 같다. 여기에 이어 ‘트렉시트’라는 말도 나오고, ‘두테시트’라는 단어도 만들어졌다.

언어는 역사성이 있어서 생성하고 성장하고 소멸한다. 도대체 브렉시트라는 말의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할 즈음에 백석대학교에 있는 친구 김의영 교수로부터 속 시원한 답변이 왔다. 인하여 김 교수의 동의를 구하고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더해보기로 한다.

필자는 2002년부터 다문화가정과 연관을 맺어 활동해 왔다. 그로 인하여 필자는 이민자(결혼이주여성 및 이주근로자)에 관련된 일에 관심이 많았다. 김 교수의 시원한 해설을 듣고 힘을 얻어 브렉시트에 대한 어원적 고찰을 먼저 해 보고자 한다. 우선 브렉시트란 ‘Brexit=Britain+Exit’에서 나온 말로 ‘영국이 (EU에서) 떠나다’ 혹은 ‘영국이 (EU에서) 나가다’의 의미로 보면 된다.

여기서 파생된 말로 트렉시트는 ‘(미국대통령후보)트럼프+Exit’로 보면 될 것이고, 두테시트는 역시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드테르데+Exit’로 보면 된다. 무언가에서 떠난다는 뜻이다. EU라는 큰 집에서 떠나 독립(?)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미국이나 필리핀이 이러한 모습을 따라가고 있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면 비슷하겠다.(그러면 스코틀랜드도 독립해야 하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그러면 영국은 왜 노인들이 EU를 떠나고자 할까? 젊은이들은 남아 있으려고 하는데 노인들이 떠나자고 하여 신구의 갈등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노인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까지 표현하였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이민자의 문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해당될 수 있는 것이어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영국은 이민자의 천국이다. 기존의 난민도 많은데 경제적 이유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많아졌다. 거기에 터키의 EU 가입으로 터키인이 영국에 이민 오기 쉬워졌다. 독일에서는 터키 결혼이주여성이 아이를 4명만 낳으면 벤츠를 굴리고 다닐 수 있다고 한다. 독일이나 프랑스 또한 이민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국가 세금으로 놀고먹는 이민자들이 같은 이민자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될 정도인데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상당한 수의 터키 이민자들이 추가 유입 될 것으로 예측되므로 이에 대한 사전 조치를 강구한 것으로 본다.

무상 의료 혜택을 비롯한 각종 복지와 국가 경쟁력 때문에(경제력 세계5위) EU 이민자들이 최종적으로 정착하려는 국가 중 하나로 영국이 꼽히던 상황임은 부인할 수 없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영국의 복지정책은 이민자들에게는 상당히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또한 노인복지제도는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많은 나라를 다녀 봤지만 우리나라만큼 의료보험과 노인복지가 잘 된 곳은 보지 못했다.

젊은이들이 ‘Hell 조선’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100년 전에 태어났더라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우리 베이비 붐 세대는 그런 표현조차 사치스러웠다.

동남아에서는 우리나라가 ‘드림랜드(DREAM LAND)'다. 유럽은 30년 이내에 무슬림으로 가득 찰 것이다. 왜냐하면 유럽인들은 아이를 잘 낳지 않는데 비해 무슬림들은 4명이상 낳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금도 영국의 초등학교는 무슬림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이 성장하여 결혼하고 또 자녀를 낳을 즈음이면 영국은 이미 무슬림 사회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무슬림이 갈등을 조장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종교적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우리나라도 무슬림에 관해서는 배타적인 면이 강하다.

브렉시트로 인해 국수주의나 민족주의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노인과 젊은이가 서로 배격하고 정주민과 이주민 사이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질까 두렵다. 브렉시트나 트렉시트를 걱정하기에 앞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민정책과 한국의 학교교육을 다시 한 번 살펴볼 기회임에 틀림없다. 인성교육으로 신구세대가 하모니를 이루고, 이민정책과 다문화정책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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