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정섭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

“불휘 깊은 남간 바라매 아니 뮐 새,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이 구절을 현대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과 열매가 풍성하리라…” 정도가 될 것이다.

무릇 교육감은 키 큰 느티나무와 같아야 한다. 바람이 불거나 눈비가 내려도 끄떡없고, 근처에 머무는 자들이 가끔 생채기를 내더라도 눈 한번 질끈 감고 아픔을 견디며 보듬어야 한다. 대전교육감은 본청, 지역교육청, 직속기관 직원들뿐만 아니라 1만6000명에 이르는 교원과 22만6000명이 넘는 학생들과 동고동락해야 한다.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교사 부정채용·성적조작·교장 갑질 등 바람 잘 날 없는 대전교육 

신정섭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
지금 한밭 벌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사립학교들이 사고를 많이 쳤다. 목동에서는 부정한 방법으로 교사직을 산 혐의로 13명이 교단을 떠났고, 신탄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조작이 발견돼 교사 한분이 짐을 쌌다. 최근에는 교육청 고위간부가 연루된 신규교원 채용비리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 일들로 대전교육의 신뢰에 금이 많이 갔다. 

이젠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이번에는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예지중·고에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이사장이 교장을 겸하면서 교사들에게 ‘십일조’나 다름없는 금품을 강요하는 등 몹쓸 짓을 일삼았다고 한다. 교육청은 특별감사를 실시해 학교장을 해임하였으나, 교직원과 학생들은 “면죄부를 발행했다”며 수업거부에 돌입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최근에는 교육감과 박 전 교장 간의 부적절한 연결 고리가 불거져 사태 해결이 계속 꼬이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갈마동의 한 초등학교의 부실급식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도배했다. 우동 한 그릇과 꼬치 한 개, 그리고 단무지 한 조각은 자식을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분노로 들끓게 만들었다. 1년이 넘도록 민원을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했던 교육당국은 뒤늦게 부랴부랴 특별감사와 진상조사에 나서는 등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늦은 때다. 골든타임을 놓친 죄는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설동호 교육감 정직하고 깊게 뿌리내려야 대전교육 성공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대전교육은 자고나면 터져 나오는 비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생겨난 비리 그 자체가 아니다. 적절한 사후 조치와 예방대책 마련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점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대전교육의 난맥상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적절한 호미 사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키 큰 느티나무는 수많은 나뭇가지와 무성한 잎을 거느리고 있다. 깊은 뿌리로 건강한 물과 양분을 빨아들여 영양을 공급해 주어야 나뭇가지와 이파리가 잘 자라는 법이다. 현재 설동호 대전교육감에게 필요한 건, 여기저기 팔을 뻗어 무작정 외연을 넓히는 노력이 아니라 정직하고 깊게 뿌리를 내뻗는 일이다. 그래야만 ‘대전교육 성공시대’가 주렁주렁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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