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사태 심각성 감안, 김지철 교육감 직접 챙겨야

고옥심 홍성교육장의 발언이 교육청 전체의 인식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지철 교육감이 이번 일을 직접 챙겨봐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민중은 개·돼지”라는 말로 물의를 일으킨 교육부 고위 공직자가 파면됐다. 공직자의 발언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술자리에서 나온 개인적 의견”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중의 공분이 너무 커 두둔의 여지는 적다.
 
홍성교육지원청 고옥심 교육장의 발언 역시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수백만원대의 갈취와 폭력이 발생한 사건에 대한 해당 중학교의 대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일부 은폐 의혹까지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19일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한 고 교육장은 이렇게 말했다.
 
“(…) 새로운 유입인구가 많아서 1학년 같은 경우 46개 지역에서 전학을 온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 지역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이 서로 잘 모르는 관계로 인해서 어떤 일이 불거지면 작은 일도 큰일도 학부모들이 개입을 하면서 갈등이 더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사자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고 교육장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들리는 이유다. 교육당국이 학교폭력을 얼마나 가벼이 여겼으면 학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그것도 도의회라는 충남도민의 대의기구 안에서 이뤄진 발언이었다.
 
내 자식이 수백만 원을 빼앗기고 폭행을 당했는데 어느 부모가 잠자코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피해 학생의 부모는 처음부터 학교 측의 원만한 해결을 원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학교 측의 잘못된 대응이다. 처음에는 강하게 부인했던 피해학생-가해학생 대질조사 의혹에 대해서도 교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다. 그런 상황에서 교육장이 협업의 중심축이자 파트너인 학부모에게 ‘개입’이란 표현을 썼다. 학교의 대처 미흡을 질타해야 할 위치에 있는 교육장의 입에서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현재로선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이 들 정도다. 도의회 교육위가 이 문제를 다루자 마지못해 사과한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사과는 위선일 뿐이다.
 
학교폭력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일선 학교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다.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는데 엉뚱하게 대응하거나 심지어는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려 한다면 어느 학부모가 마음 놓고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겠나. 고 교육장의 발언이 교육청 전체의 인식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학생 중심의 충남교육’이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피해 학생과 학부모를 향한 진솔한 사과가 우선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김지철 교육감이 이번 일을 직접 챙겨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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