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형욱 행복도시건설청 교통계획과장

행복도시에 와서 사는 사람들 중 일부는 ‘도시의 중심도로를 왜 좁게 만들어 놓았느냐’고 비판한다.

미래에 교통량이 더 많아질 텐데 도로를 좁게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는 더 불편해질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심지어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전용차선을 없애고 다시 차도로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한다.

행복도시의 미래를 놓고 이러한 걱정에 대해 생각해보자. 넓은 차도가 우리 도시의 미래를 밝게 해줄까? 넓은 차도를 가진 도시의 출‧퇴근시간 풍경은 어떠한가? 시골이 아니고서야 모든 도시가 막히긴 마찬가지다.

도로가 넓어지면 잠시 차량흐름이 좋아지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차를 타고 나오게 하는 유도 효과에 의해 다시 정체가 반복된다. 세계 수많은 도시들에서 이미 도로 확장을 통해 교통체증을 개선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차도가 넓으면 보행자의 횡단시간이 많이 걸려 그만큼 긴 시간 보행신호를 줘야하고, 교차로에서 그만큼 더 긴 시간을 차량들은 기다려야 하며, 넓은 도로를 건너야 하는 우리 아이들과 노약자들은 더욱 힘들고 위험해진다.

하루 1만 3000명이 이용하는 BRT 전용 도로를 없애고 차도로 만들면 어찌될까? BRT로 이동하는 그 많은 사람들이 차량을 가지고 나오면 도로의 체증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출퇴근 시간 자가용에는 대부분 한 사람이 타고 있지만, 버스 한 대로 50명 이상이 이동하므로 가끔 지나가는 버스 1대가 자가용 50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버스 1대면 될 텐데 자가용 50대가 그 넓은 차도를 차지하고 정체되어 매연을 내뿜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도시 내 대기오염원의 90%가 차량이다. 누가 매연을 내뿜고 있는 수많은 차량들로 가득 찬 도로변을 걷고 싶으며, 노상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앉아서 쉬고 싶을까?

그렇다면 행복도시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보자. 도시의 중앙이 대부분 녹지로 이용되고 녹지를 둘러싼 둥근 도넛 형태의 도시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도넛의 뼈대를 이루는 것이 23㎞ 내부 순환 BRT 노선이며, 그 BRT 노선 양측 보행거리 내에 대부분의 인구와 직장이 배치되어 있다.

행복도시 계획인구 중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집에서 걸어서 5분 이내에 내부순환 BRT 정류장에 도달하고, 출퇴근 시간 5분 간격으로 다니는 BRT를 타고 도시 반대편까지 최대 20분이면 도착해 직장까지 5분 이내 걸어갈 수 있다.

최대 30분이면 보행과 대중교통을 병행해서 출퇴근이 가능하다. 그리고 BRT 도로는 차도 폭 만큼 넓은 보행 및 자전거를 위한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기에 쾌적하고 안전하다.

그리고 내부순환 BRT를 따라 배치된 인구 2~3만 명의 20개 기초생활권(행정구역상 ‘동’ 규모)을 보면, 생활권 중앙에 학교, 주민센터, 경찰 및 소방파출소, 상업시설 등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시설들이 배치되고 그 공간을 중심으로 반경 400~500m 보행권으로 주거지역이 둘러쳐져 있어 기초적 생활 활동은 보행과 자전거로 가능하다.

전국에서 유‧초‧중‧고생의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행복도시에서 교통 수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통학은 기초생활권내에서 보행과 자전거로 거의 대부분 해소된다. 

세계적인 도시 교통정책의 추세 또한 대중교통과 보행, 자전거 중심이며, 도심 내에서 차량의 이용률과 속도를 낮춰 환경오염과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행복도시는 그 흐름에 부합해 계획된 도시다.

자가용에 익숙한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를 가지고 걸어보고 자전거를 타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보길 바란다. 생각보다 더 매력적인 행복도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강풍과 폭우 등 악천후가 아니라면, 정부세종청사까지 출퇴근에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음도 더불어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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