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272>

우리가 사용하는 말(言), 나를 살리는 묘약이 되기도 하지만 나를 파멸시키는 독약이 되기도 한다. 고려시대 적장인 거란의 소손녕을 굴복시킨 서희 장군의 웅변은 나라를 구한 묘약이 되었다면 요즈음 많은 정치인들의 막말은 자신을 한 방에 훅가게 하는 독약이 되고 있다.

‘물고기의 입에는 낚시가 걸리고 사람의 입에는 재앙이 걸린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물고기의 입은 항상 낚시를 조심해야 하고 사람의 입은 말을 조심해야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입은 재앙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중국 당나라가 망하고 송나라가 들어서기 전, 혼란했던 5대(五代) 시절에 무려 열한 명의 왕을 섬기며 이름을 날렸던 ‘풍도’라는 명재상이 있었다.

그는 어지러운 시절을 살면서 누구보다 말(言)의 위력을 잘 알았기에 말(言)에 대한 경계(警戒)를 평생 생활신조로 삼았다.

그는 이를 시(詩)로 세상에 남겼다.

‘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요(口是禍之門),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니라(舌是斬身刀), 입은 닫고 혀를 깊이 감추어두면(閉口深藏舌),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安身處處宇)’

요즈음 막말하는 우리 정치인들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글이라 하겠다.

▴‘입(口)지키기를 병(甁)과 같이하라.’

입과 병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병은 마개를 꼭 닫아서 병의 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입도 꼭 막아 비밀의 말, 나쁜 말이 새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부간에 있어 각자의 첫 사랑에 대한 말은 입마개를 꼭 닫아두어서 영원히 비밀로 하여야 한다. 물론 다른 사람에 대한 비밀얘기도 마찬가지다. 또한 평소에는 병마개를 닫아 두었다가 필요 할 때만 열듯이 사람의 입도 필요할 때만 열어야 실수도 적어지는 것이다.

병은 몸보다 입구를 좁게 하여 병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가슴보다 입이 작은 것은 가슴에 담긴 말을 다 쏟아내지 않도록 하라는 뜻이다. 심중(心中)에 깊은 말은 쏟아내지 말고 가슴에 담아 두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에는 겉창고와 안창고가 있어 겉 창고는 남에게 보여주어도 되나 안 창고는 곡간과 같아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 것이 처세의 지혜라 할 수 있다.

한번 엎질러진 물은 병에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한 번 입에서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을 할 때는 삼사일언(三思一言)하여 신중하게 해서 후회되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수구여병(守口如甁), 즉 입(口) 지키기를 병과 같이하라는 것이다.

▴‘사람도 잃지 말고, 말도 잃지 말아야 한다.’

공자께서는‘함께 말할만한 사람인데도 그 사람의 진심을 알아보지 못해 그 사람과 말을 하지 않는다면 사람을 잃는 것이요(失人), 함께 말을 나눌만한 사람이 아닌데도 그 사람과 말을 나눈다면 말을 잃을 것이니라(失言), 즉 헛소리만 한 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智者)이라면 사람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니라’ 하였다.

주역에도 이런 말이 있다. ‘주머니를 매면 허물도 없지만 명예도 없다(括囊이면 无咎나 无譽니라)’ 하였다. 여기에서 주머니는 돈 주머니도 될 수 있고 입주머니도 될 수 있겠다.

부자가 자기의 돈주머니를 꼭 매어 놓는 것 즉 인색한 것은 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명예로움도 아닌 것이다. 또한 입주머니를 꼭 매어 놓는 것, 즉 침묵하는 것은 허물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혜로움도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돈주머니도 적당히 풀어서 베풀 줄 알아야 명예로움이고 입주머니(言)도 때와 장소, 사람에 맞게 풀 줄 알아야 지혜로움인 것이다.

누구와 말하고자 할 때는 ‘내 말을 진심으로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상대와 소통할 수 있는 말인가?’를 헤아려 본 다음에 말을 해야 실인(失人 ), 실언(失言)을 하지 않을 것이다.

▴‘1, 2, 3 대화법을 권함이다.’

1분 동안은 내가 이야기 하고 2분 동안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3번 끄덕이면서 상대의 말에 공감을 표하는 소통 대화법을 권함이다.

▴그렇다. 언제나 진실 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 있는 말을 말하게 하소서!(이해인)

-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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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김충남의 강의 일정

⚫ 대전시민대학 (옛 충남도청)
- (평일반)
A반 (매주 화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 주역

- (토요반)
B반 (매주 토요일 14시 ~ 17시) 논어 + 명심보감 + 주역

⚫ 인문학교육연구소
(매주 월, 수 14시 ~ 17시)

⚫ 서구문화원 (매주 금 10시 ~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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