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계파청산 내걸고 완주, 최고위원 낙선에 박수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믿었던 시합에서 지고 말았다. 무더위 속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누구보다 대회 준비에 최선을 다했던 터라 본인뿐만 아니라 곁에서 지켜본 이들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눈물을 씻고 다시 일어섰다.

리우올림픽에 참가했다 메달 획득에 실패한 선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구) 얘기다. 그는 8명이 나선 최고위원 선거에서 낙선했다. 7위(1만7306표)를 한 정문헌 전 의원에 1표차로 뒤진 최하위로 안타까움은 더 컸다.

그는 선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무더위에 그동안 도와주시고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큰 죄를 지었습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참으로 송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낙선은 했지만, 그가 지난 달 29일 후보등록 이후부터 열흘 간 선거운동 기간에 보여준 진정성과 용기에 충청인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낸다.

선거 전 정 의원은 같은 지역 출신인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과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다. 한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로부터 후보 사퇴 종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뜻을 굽히지 않고 완주했다.

정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계파 청산'을 외쳤다. 정통 당료 출신인 그는 "친박과 비박이 생기기 전부터 당에 몸을 담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친 국민계'로 지칭하며 "새누리당은 친박, 비박의 것이 아닌, 애국 당원의 것"이라며 계파싸움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전당대회 당일 마지막 정견발표에서 그는 '계파'란 글씨가 쓰인 판을 부러뜨린 뒤 '변화'라고 적힌 판을 힘껏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어진 유세에서는 당원·대의원들을 향해 "눈을 감고, 새누리당 지도부가 확정된 후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계파 청산을 바라는 당원들의 열망이 그가 얻은 1만7305표에 고스란히 담겨졌다. 그의 도전과 낙선이 금메달보다 값지고 빛나는 이유다. 후회 없는 한판이었다. 그래서 실패는 했어도, 금세 툴툴 털고 일어날 용기가 있다. 그는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고 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