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전 충남도 부여군 부군수

신용평가사 스탠다드 앤 푸어스(S&P)가 근래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올렸다. 우리 정부의 빚 갚을 능력이 그만큼 향상됐다는 평가다. 그런데 신용등급이 좋아졌다고 정부가 자랑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경제는 지금 여전히 어렵고 서민들 생활도 여전히 팍팍하다. 국가신용등급이 올랐다고 앞으로 경제가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 경제가 과거의 일본경제를 따라가고 있다고 걱정들 한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의 늪에 빠져들고 있음을 걱정한다.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으니 젊은이들도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오죽하면 헬 조선이라고 하겠는가.

하루빨리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한데 우리 정치권은 게을러 빠졌다.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데도 국회는 관련법안들을 처리할 뜻이 없는 것 같다. 국민대표라는 사람들이 국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 법안들에 대해 의견 상충부분이 있으면 여·야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협의하고 타협해 수정된 법안이라도 통과시켜야 하는데 국회는 전혀 그러하지 못하다.

이제 경제난 극복도 국민들이 발 벗고 나서야할 모양이다. 우선, 경제가 살아나려면 수출이 잘되고 확대돼야 한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세계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작금에는 중국도 사드배치와 관련해 경제보복 운운하고 있다. 여기에다 신흥 경제국들마저 우리나라를 견제하고 있다. 수출 여건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금 수출부진을 겪고 있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는 것은 수출이 잘 돼서가 아니라 수입 감소 때문이다. 원자재 등 수입물량 감소는 언젠가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안타깝게도 수출 부진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정부와 수출기업들이 잘해주길 바랄 뿐 딱히 방법이 없다.

다음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하려면 내수가 살아나야 한다. 소비를 늘리면 돈이 돌고 돈이 돌면 경제가 활력을 얻게 된다. 기업도 매출과 이익이 신장되고, 노동자들의 소득이 증대돼 궁극적으로는 고용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서비스 산업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소비가 위축돼 돈이 돌지 않으면 경제가 활력을 잃는다. 기업의 상품이 국내에서 잘 팔리지 않게 되고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원들의 봉급이 동결되거나 감소되기 쉽다. 여기에 수출마저 안 되면 상품의 재고가 늘어 감축생산을 하게 되고,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감축을 겪을 수도 있다. 소득이 감소되고 고용이 축소되면 경제의 악순환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 며칠 전 아침신문을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갑이 굳게 닫혔다고 한다. 초고령 사회의 일본보다도 소비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소득이 늘어도 싼 물건만 찾는다고 한다. 일본의 20년 경제 불황도 소비 위축에서 비롯됐다는데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목적인데 이마저도 큰 효과가 없는 모양이다.

경기가 살아나야 경제가 성장하고, 경제가 성장해야 고용과 소득이 확충돼 소비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될 터인데, 지갑들이 꽁꽁 얼어붙었다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 위축의 주 원인으로 언론보도는 고용·주거·노후 3대 불안에다 소비절벽을 들고 있다.

3대 불안으로 소비감소가 전 세대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산을 쌓지 못한 채 불황을 맞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허리띠를 급속히 졸라매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다 경제회복이 어렵게 돼 경제 불황이 수십 년 장기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필자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대책을 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라가 어려운 지금이야말로 국민들이 나설 때라고 생각된다. 고(故) 존 F 케네디 대통령 말처럼 국민들이 ‘국가를 위해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가 아닌가 싶다.

소득이 늘거나 여유 있는 세대는 소비를 더 많이 해 주고, 생활이 빠듯한 세대도 조금만 더 소비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세대도 미리 지갑을 닫지만 말고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소비를 해주는 것이 우리 경제에 약이지 않나 싶다. 지금은 발등의 불부터  끄는 것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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