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08>

문화의 시대라는 21세기 문화산업의 힘이 점차 세지고 있다. 성공한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이 거둬들이는 수익은 자동차 몇 백 만대 수출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배우 김수현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100억 원의 광고수익을 올렸고 '태양의 후예' 송중기는 편당 10억대의 출연료를 받으며 광고로만 올해 100억 원 이상을 벌었다고 한다. 문화산업은 이제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자 미래로 자리 잡았다.

지자체 고부가가치 창출하는 영화·드라마 유치 경쟁 치열

부가가치가 높은 영화나 드라마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져 지자체가 직접 촬영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등 영상산업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로 영화도시를 선점한 부산은 영화 '부산행'으로 대박을 냈고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흥행하자 인천시는 로케이션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창원, 울산, 파주 같은 곳들도 국내외 제작사 유치에 열을 올린다.

1122만 명이 봤다는 ‘부산행’은 대부분 부산에서 촬영됐으며, 영화를 통해 부산은 대한민국에서 마지막 남은 안전도시라는 이미지를 보여줬다. '인천상륙작전'은 인천에서 4컷 정도밖에 안 찍었으며 거의 창원의 세트장에서 촬영됐지만 영화 개봉 후 인천시가 운영 중인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의 방문객이 늘어 시티투어 코스에 넣고 배차도 늘렸다.

대전에서는 올해 20편 가까운 영화·드라마가 촬영됐거나 진행 중이지만 부산이나 인천만큼의 지역 홍보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 같다. 과거 대전에서 촬영한 영화 ‘7번방의 선물', ‘도둑들’,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 등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정작 대전 관광과 지역경제 유발효과는 느껴지지 않는다. 인구 3만의 전남 곡성은 영화 '곡성'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였고 전도연이 '밀양'으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자 경남 밀양도 ‘칸의 도시’가 됐다.

영화나 드라마로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부대 수익까지 올리는 도시들을 보면서 대전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대전서 영화·드라마 몇 편 찍었다고 촬영 메카 어쩌고 큰 소리 치며 앉아 있다가는 제작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타 지자체들을 이기기 어렵다. 대전은 지난해 영화제작 사후지원금 문제로 일부 제작자가 대전시청을 항의 방문하면서 전국적 망신을 당했으니 문화산업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초고화질(UHD) 시대에 고화질(HD)드라마타운 내년에나 준공

우선 내년 6월 준공예정인 HD드라마타운은 그 이름부터가 '구식(舊式)'이어서 명칭과 내용 면에서 보완이 시급하다. 내년 2월이면 HD(고화질)를 능가하는 초고화질(UHD) 지상파방송을 볼 수 있는데 HD드라마타운을 내년 6월에 준공해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이름처럼 드라마만 찍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계획대로라면 HD드라마타운은 2014년 이미 완공돼 촬영 메카가 됐어야 하지만 엑스포재창조사업과 맞물려 이제야 공사가 진행 중이다.

드라마타운은 대전시가 엑스포과학공원 내 6만6115㎡(약 2만평)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에 30년 무상 임대해 지어지는데 전체 사업비가 2009년 계획 당시 1500억 원에서 절반 수준인 799억 원으로 대폭 줄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금싸라기 땅 2만평을 30년간 공짜로 빌려주는 대전시가 드라마타운을 통해 과연 토지 임대료만큼의 경제효과라도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드라마타운과 시너지효과를 내야할 대전액션영상센터도 돈만 까먹는 신세다. 대전시는 대한민국 액션영상의 메카를 만들겠다며 과학공원 뒤편에 지난 2013년 액션영상센터를 설립했는데 38억 원의 건립비용과 시설운영비, 운영사업비 등 6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고 있다. 개관 3년이 되도록 액션센터에서 촬영한 영화는 6편밖에 안 되며 촬영기간도 닷새 안팎의 단기 작품들이다.

액션센터의 핵심인 액션스쿨은 액션전문배우를 양성하겠다며 3년간 8억7000만원을 들여 무술감독에게 위탁 운영했지만 배출한 수료생은 70여명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예산낭비가 아닐 수 없다. 대전시와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액션스쿨의 부실운영을 알면서도 위탁계약의 중도해지 시 법적분쟁이 생길 수 있다며 운영비를 계속 지원했다. 내 돈이라면 문제를 알면서도 3년간 9억 가까운 돈을 줬을까?

액션영상센터·CT센터와 HD드라마타운 연계 방안 시급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달 액션스쿨의 계약이 종료되자 액션영상산업 활성화 방안 용역에 나섰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액션센터와 CT센터 등을 활용해 대전이 영화·드라마 촬영의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업이다. 액션센터를 더 이상 돈 먹는 하마로 둬서는 안 되며 센터 기능을 액션에만 국한시킬 필요도 없다. 액션뿐 아니라 대전영상산업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특히 내년 문을 여는 HD드라마타운과 어떻게 연계 시킬지는 대단히 중요하고 시급하다. 드라마타운은 스튜디오로서 이름처럼 드라마만 촬영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명칭을 바꿔 특수시설로도 활용될 게 뻔하다. 대전시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액션센터는 당연히 국비로 운영되는 드라마타운과 차별화된 기능을 가져야하고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창고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결국 액션센터가 드라마타운과 어떻게 시너지효과를 내느냐가 대전문화산업의 미래다.

대전시는 드라마타운과 액션센터, CT센터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광고 등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융복합 문화콘텐츠를 기획 제작하고 산업화하는 문화창조의 거점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국정기조와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며 그래야 과학공원 땅 2만평을 30년간 무상으로 내준 대전시민도 아깝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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