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권 시장 1등 행정 보여주길

김학용 주필
권선택 시장이 재판의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커졌고, 그렇다면 재선 도전도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 지인으로부터 “민주당 쪽에선 권 시장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으며 다음 시장선거에도 권 시장이 나가게 될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그럴 수도 있게 됐다.

민주당 쪽 “권 시장 다음 시장선거에 나온다”

대법원 재판은 예단할 수 없는 문제였다. 권 시장 쪽에선 왜 우리 포럼만 문제냐며 형평성의 문제를 따지면서 포럼이 유사 선거운동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했으나 실정법상으론 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1, 2심 모두 당선 무효형을 내린 것도 이런 이유였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유사선거운동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면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다만 포럼활동을 하면서 모은 1억6천만 원이 선거운동에 쓰였는지는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달았다. 포럼을 선거운동기구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포럼활동에서 쓴 돈을 정치자금으로 규명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달리 보는 시각도 물론 있다. 한 법조인은 “권 시장의 운명은 여전히 고법에 달려있다”고 했다.

어느 쪽이든 권 시장은 남은 족쇄를 푸는 데도 최선을 다하면 된다. 재판의 최종 결과가 권 시장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권 시장에겐 또 다른 대법원이 있다. 정치인에게 더 높은 대법관은 국민들이다. 대전시장에겐 150만 대전시민이 대법관이다. 권 시장은 - 재선에 나서겠다고 생각한다면 더욱 - 시민을 염두에 둔 시정을 펴야 한다.

족쇄 풀렸으니 리더십 발휘 기대

가장 큰 과제는 시장의 리더십 확립이다. 권 시장 취임 직후 선거법 위반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권 시장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해보지 못했다. 시장이 재판에 끌려 다니면서 리더십은 실종되고 행정은 표류했다. 이젠 달라졌다.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라 해도 권 시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재선 도전까지 생각할 수 있다면 레임덕 문제는 크지 않은 셈이다. 권 시장은 외부적 여건 때문에 시장 노릇 해먹기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재판 탓은 할 수 없게 됐다. 리더십 문제는 권 시장 자신에게 달렸다. 

어떻게 할 것인가? 권 시장은 우선 대전시의 미래를 위한 정책을 진정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어려움은 겪었지만 어떤 사업이 진정 대전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어떤 정책이 진정 시민을 위한 것인지 권 시장은 충분히 파악했을 것이다. 무엇은 할 수 있고 무엇은 할 수 없는지도 알게 됐을 것이다.

리더의 진정성을 알아보는 시금석은 사람 쓰는 일이다. 그동안의 인사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이해가 어려운 인사가 자주 이어지더니 도시철도공사에서 결국 큰 사고가 터졌고, 지금 다른 사람을 임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위기의 도시에서 맞이했던 ‘행시수석 시장’

대전은 위기의 도시가 되어 있다. 도청이 떠나가고 호남선이 떠나면서 미래를 알 수 없는 도시가 되었다. 원도심 뒷골목엔 잡초가 더욱 무성해지고 서대전역 주변 상인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중이다. 과학도시의 상징 대덕특구는 시설과 인력의 알맹이를 다른 지역으로 자꾸 빼앗기면서 껍데기로 전락해가고 있다.

권 시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대전시민의 대표가 되었다. 최연소 행정고시 수석 합격으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재선 국회의원과 중앙부처 청와대 등에서 경험을 쌓은, 대전의 인재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펙이다. 2년 전 권 시장이 시장에 당선되었을 때 ‘대전시가 정말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나라와 지역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나중 보면 진실성이 없거나 능력이 부족해서 실망만 주고 떠나는 경우가 열에 아홉이다. 권 시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는 다를 것으로 봤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나머지 한 명으로 보았다. 필자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런 기대를 담은 기사도 썼다.

대전시 행정도 ‘역전’ 가능하다

지난 2년은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시장에 취임하자마자 ‘재판의 족쇄’를 차야 했던 점이  원인일 수 있다. 시장은 이제 시민들의 기대를 외면해선 안 된다. 대법원은 권 시장에게 기회를 준 셈이다. 권 시장이 9명에 속하는 그저 그런 시장이라면 대법원 판결은 큰 의미가 없다. 대전시민들 입장에서 그렇다.

비현실적인 주문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권 시장 재판도 당선무효형의 2심까지 무너졌을 땐 열에 아홉은 어렵다고 봤다. 법조계 법리적 분석도 거의 그랬다. 그러나 뒤집었다. 시장 자신의 노력이 대법관들을 움직인 것으로 봐야 한다. 대전시 행정도 역전이 가능하다. 재판은 결국 남(대법관들)의 맘을 움직여 뒤집는 것이지만 행정은 시장 자신의 의지에 달린 것 아닌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은 ‘9명의 방식’이거나 그보다 못한 경우도 있었다. 바꿔야 한다. 행시수석 시장이 왜 9명이 서는 줄에 가 있는가? 권 시장이 나머지 재판에서도 이긴다면 재선에 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150만 대법관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위기의 대전, 위기의 시민들의 판정 기준은 무엇이겠는가? 시민들은 기사회생한 행시수석 시장의 ‘1등 행정’을 보고 싶다. 권 시장을 판정할 ‘시민 대법원’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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