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박사의 그림으로 만나는 천년 의학여행] <9> 콘돔과 올림픽

인간의 역사에서 콘돔을 사용한 것은 아주 오래전이다. 아프리카의 나체 토속민들처럼 대나무나 뿔로 씌워 외상이나 곤충으로부터 음경을 보호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장식물 또는 피임의 목적 대신 오히려 출산력을 증가시키는 부적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후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가브리엘 팔로피우스(1523~1562)가 1490년경부터 유럽에 창궐한 매독 등 성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그림>에서와 같이 조잡하지만 양과 염소 방광이나 맹장의 박피를 이용한 최초의 콘돔을 만들었다.

1700년경 양(羊)의 방광으로 제조한 최초의 콘돔.(자료=선병원)

이후 1709년 영국 궁정시위인 콘톤 박사가 찰스2세의 방탕과 매독 방지용으로 어린 양의 맹장이나 장간막(두께 0.038mm)의 박피로 만든 후 그의 이름에서 콘돔의 명칭이 유래된 듯하다.

1884년 고무가 발견 된 후 1900년 초부터는 두껍지만 질긴 고무콘돔(두께 0.075mm)을, 1930년경 고무나무 진을 암모니아로 농축시킨 라텍스가 개발된 후 1950년경부터는 두께 0.025mm 정도의 얇고 피막의 보존성이 우수한 현제의 콘돔이 제작되었다.
 
최근에는 피임용의 살(殺) 정자 젤리를 콘돔의 안팎에 바르거나, 또 콘돔 안에 국소 마취성분(벤조카인)을 넣은 기능성 콘돔도 있다. 콘돔을 이용한 피임의 실패율은 문헌상 약 7.7-28.3%로 알려져 있다.

올해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에는 8월 22일까지 17일간 28개 종목에 307개 메달을 향해 206개국에서 1만1000명이 참가했다. 우리나라는 금 9개, 은 3개, 동 7개 총 21개 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8위의 스포츠 위상을 세웠다.

최근의 올림픽은 모르겠으나 과거 올림픽과 섹스는 밀접한 관계가 있었는데, 고대 그리스의 창녀들은 대회기간 5일 동안 1년치 벌이를 다 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강인한 남성들이 보여주는 강한 흥분이 선수와 관중들을 엄청나게 자극했던 것이다.

올림픽 같이 큰 세계대회가 열리면 어느 나라든 콘돔을 배포하여 세계 각국에서 젊은 남녀들이 모이니 성병 등 불미스런 질병을 예방하고자 했다.

이번 리우의 경우 사정이 조금 달라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의 15만개보다 3배가 많은 45만개의 콘돔을 배포하였다.

이번 대회 참가 선수가 1만1000명인데 선수 1명당 40개가 배포된 셈으로, 45만개 중 10만개는 여성용이며, 호주, 멕시코 등 일부 국가가 자국 선수단에 자체적으로 제공한 것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엄청난 수효이다.

기자실의 화장실, 시내 술집과 음식점, 상점에서도 콘돔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전 방위적으로 콘돔을 배포한 이유 중 하나는 브라질을 위시한 남미국가들에서 발생하는 신생아 소두증(小頭症)과 성인의 뇌손상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수혈이나 성관계를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 숲모기에 물려 감염되며, 일부 여성 선수들은 이 때문에 대회 불참을 선언하기도 하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선수들에게 콘돔을 나눠주기 시작한 대회가 1988년 서울올림픽 대회 때였다는 것이다. 이후 그 배포 수효가 참가 국가와 선수들이 매 대회마다 증가하는 것에 비례하여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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