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헌석의 예술계 산책] 어린이 사랑에 앞장서는 윤황한 작가

1. 90세 노익장의 창작 열정
<문학 작품 창작에는 나이가 없다.>면서 창작의 등불을 밝히는 분은 올해로 90세를 맞은 윤황한 선생입니다. 현실과 상상력을 융합하여 동화를 창작한 윤황한 선생은 <어린이를 사랑하다 보면 늙는 것을 잊는다.>면서 어린이 사랑에 전념하는 분입니다. 서둘러 많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걸음걸이마저 청년처럼 힘차게 걷는 분입니다. 90세를 기념하여 첫 동화집 『동물나라 자동차 누가 탈까요?』를 발간하였습니다.

선생은 중학생일 때 방송극을 집필하여 활동하기도 하였고, 향토 잡지 『동백』의 ‘학생시단’에 [대수(大樹)]와 [기관차]를 발표하였고, 대전의 명소였던 ‘시민관’에서 낭송하여 주목을 받은 분이었습니다. 시조시인과 아동문학가로 활동하고 있는 윤황한 선생은 나라를 잃었던 시대에 태어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합니다. 그때의 아픔을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아름다운 동시와 동화를 빚습니다.

리헌석 전 대전문인협회장·문학평론가 겸 아트리뷰어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교사로 학생들을 지도하느라 창작의 꿈을 잠시 접었던 선생은 정년퇴임과 함께 문학 창작에 몰두하였습니다. 2008년에 『아동문예』에서 동시조로 신인상을 받고, 『문학사랑』에서 시조로 신인작품상을 받아 등단하였습니다. 2009년에는 동시집 『허수아비와 아이들』을 발간하였고, 2010년에 시조집 『아침을 여는 꽃』을 발간하였습니다.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오랜 기간 창작한 동화와 동극을 모아 2016년에 첫 동화집을 발간하여 주위를 감탄하게 합니다.

2. 상상력으로 빚은 동화 세계
<마침 오늘은 나래 동물 공화국 기념일입니다. 기념식이 끝난 후 동물들 서로 간의 친목을 다지는 경축행사를 시작하려고 많은 동물가족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경기에 참여하는 여러 동물들이 모였습니다. 코끼리 대통령의 축하 인사에 이어, 막 경기가 시작되려는 즈음에 난데없이 빨간 차 한 대가 동물가족들이 모인 곳에서 저만치 떨어진 곳에 오더니 멈춰 섰습니다. 갑작스런 차의 출현에 동물가족들은 물론, 코끼리 대통령까지도 당황하였습니다.>

윤황한 선생의 동화 「동물나라 자동차 누가 탈까요」의 앞부분입니다. 이 동화는 ‘나래’라는 상상의 동물나라 이야기입니다. 이 나라의 국경일이어서 전국의 동물들이 모였을 때 ‘빨간 차’ 한 대가 도착합니다. 코끼리 대통령은 물론 여러 동물들이 이 차를 움직여 보려고 하지만 모두 실패합니다. 코뿔소, 토끼, 얼룩말, 다람쥐, 타조, 침팬지 등이 자신의 특기로 차를 움직이려고 하지만 모두 실패합니다.

그때 어떤 소년이 급히 달려오더니 자기를 소개합니다. 대한민국의 봉사단체 단원으로 동물나라에 온 소년입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제가 만든 차를 직접 가지고 와서 여러분을 태워드리겠습니다.> 약속을 하여 환호성을 받습니다. 이 동화는 이야기 속에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이 잘 부르는 노랫말을 넣어 지루하지 않게 구성하였습니다. 이처럼 상상력을 통해 동화를 창작하는 윤황한 선생은 앞으로도 쉬지 않고 동화를 창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윤황한 동화작가와 첫 동화집
3. 동극에 담은 어린이들의 꿈
<무대가 펼쳐지면서 뻐꾹새 울음소리와 함께 동물들이 떼 지어 교실 안으로 들어와 칠판 옆에 모여 선다.
진행토끼 : 지금부터 우리 동물가족들의 음악회를 시작합니다. 무대에 나오는 동물들은 노래에 맞추어 가벼운 율동을 보여주시고, 나머지 동물들은 연주 음악에 맞추어 함께 노래해 주세요. 오늘의 첫 순서는 ‘토끼형제’입니다. 어서 나오세요.
토끼형제 : (깡총깡총 뛰면서 무대 앞으로 나온다.)
동물들 : (박수를 치면서 연주 음악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

이 글은 극본 「숲속의 동물음악회」 시작부분입니다. 윤황한 선생은 대전사범학교 특강반에서 공부를 하고, 20여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한 분입니다. 틈틈이 공부하여 중등학교 선생님 자격고시에 합격하여 중학교 선생님으로 20여년 중학생들을 가르친 분이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정년퇴임을 한 선생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찾아다니며 동화구연, 동시낭독을 지도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극본을 창작하여 ‘동극(어린이 연극)’을 연출하였습니다.

「숲속의 동물음악회」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역할을 맡아 재미있게 ‘연극’을 하도록 창작한 작품입니다. 산토끼, 송아지, 코끼리, 나비, 곰, 원숭이, 강아지, 뻐꾸기 등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제목처럼 어린이들이 잘 알고 있는 노래를 선택하여 재미와 교훈을 함께 담아낸 작품입니다. 어린이들이 자세, 표정, 이야기, 노래 등을 통하여 자신의 재능을 계발하도록 창작하였습니다.

어린이 연극 「허수아비와 아이들」에는 허수아비 1, 허수아비 2, 창호, 철수, 참새 1, 참새 2, 농부 등이 등장인물로 나와 가을 들녘의 정경을 보여줍니다. 벼를 쪼아먹는 참새들은 허수아비들이 노려보아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그때 창호와 철수가 등장하자 참새들이 사라집니다. 이 동극은 참새와 허수아비의 대화를 통하여 농촌 들녘의 모습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창호와 철수가 허수아비처럼 서 있자 참새들이 오지 않습니다. 그 모습을 본 농부도 아이들처럼 자세를 취하고 참새를 쫓아냅니다. 다 같이 풍년가를 부르며 막이 내리는 이 동극은 현실을 바탕으로 동심의 세계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이와 같은 역할극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4. 윤황한 선생의 또 다른 동화세계
윤황한 선생이 지은 「아기 코끼리 에코」는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을 무대로 합니다. 아기 코끼리는 어미 뱃속에서 2년 가까이 있다가 세상에 나옵니다. 이 동화를 통하여 선생님은 코끼리의 모든 것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여섯 살까지 젖을 먹으며 자란다는 것, 코를 활용하는 법, 목욕을 좋아하는 습관, 코끼리들이 무리지어 산다는 것 등을 상세하게 묘사하여, 동화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코끼리를 이해하게 창작하였습니다.

동화 「아기 잠자리 포로로」 역시 물속에서 자라다가 번데기가 되고, 다시 잠자리가 되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잠자리의 생김새와 특징을 잘 묘사하여 이해를 높였습니다. 동화 「겨울 해바라기」에서는 담장에 그려진 해바라기 그림이 주인공입니다. 벽화를 통하여 우리 겨레의 아픔인 6.25 전쟁을 소개하기도 하고,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합심하여 아름다운 고장을 만드는 과정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생활동화 「까치골 아이들」에서는 까치를 통한 과학적 발견을 상세하게 그려냅니다. 또한 「다람쥐골 학교 아이들」에서는 다람쥐를 통해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 「서울 동물공화국 회의」를 통하여 세계의 여러 동물들이 처한 상황을 밝힙니다. 「매미와의 동행」에서는 매미가 될 때까지의 오랜 기간, 그리고 매미의 짧은 수명, 그리고 매미에 대한 흥미 있는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기다립니다.

9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동화집으로 발간한 윤황한 선생은 우리 어린이들이 순수하고 착하고 아름답게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직접 작품 감상을 통하여 선생의 동화 세계에 깊이 들어가 보기 바랍니다. 이 책의 동화는 어른도 읽으면서 순수성을 찾게 만드는 작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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