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계고 취업률 7년 연속 상승… 고용보험 가입은 감소

# 대전의 한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A군은 충남에 있는 기업에 취업했지만 5년만에 그만뒀다. 평생직장을 꿈꾸던 그가 회사를 나온 이유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들어온 신입이 자신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는데 화가 나서다. A군은 뒤늦게 대학 진학을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다.

# 지역의 마이스터고를 다니다가 졸업 전 조기 취업한 B군은 1년도 안돼 퇴사한 뒤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다. 고 3 학생 때라서 잘 모른 채 취업했는데 다니면서 보니 같은 직종의 다른 회사에 비해 근무조건과 처우가 열악해 이직하게 됐다.

교육부는 최근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 고등학교의 취업률이 2009년 16.7%에서 7년 연속 상승해 올해 47.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대학 진학률은 2009년 73.5%에서 2016년 34.2%까지 하락해 교육부는 일학습 병행, 선취업 후진학 등 고졸취업 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학교유형별 취업률은 마이스터고 90.3%, 특성화고 47.0%, 일반고 직업반(옛 종합고 전문반) 23.6% 순이었는데 특히 마이스터고는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13년부터 4년 연속 90%이상의 취업률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에는 경덕공고와 계룡공고, 대전공업고, 대전전자디자인고, 충남기계공고, 대전국제통상고, 대전신일여고, 대성여고, 대전여상, 유성생명과학고 등 10개의 특성화고가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지난해 발표한 대전지역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54.0%로 전년도 50.7%에 비해 3.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전국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취업률인 47.2%보다 6.8%포인트 높은 수치다.

대전동아마이스터고등학교는 2013년 100% 취업을 시작으로 2기 98.5%, 3기 92.4%, 4기 96.9%의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내년 2월 졸업하는 3학년 학생들의 현재 취업률도 85%다. 

최근 3년 평균 취업률이 76.3%인 대전여상은 공기업, 금융권, 대기업 사무직 등으로 취업문을 넓히고 있으며 대전에 있는 공업계 고등학교들도 취업률 50~60%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고교 직업교육 대상자 취업률 및 진학률 추이. 교육부 제공.
특성화고 출신 고용보험가입 2012년 79.6%에서 지난해 58.8%로

하지만 이같은 취업률에도 불구하고 취업 질은 오히려 하락해 이직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기선 국회의원(새누리당)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에 취업한 특성화고 출신학생의 고용보험 가입자 비율은 2012년 79.6%에서 2013년 71.7%, 2014년 64.5%, 지난해 58.8%로 매년 감소했다.

고용보험 가입은 취업한 일자리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국제노동기구(ILO)는 1999년 좋은 일자리의 조건 중 하나로 고용보험 가입여부를 들기도 했다. 고용보험 가입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취업자들이 비정규직, 임시직, 파트타임 등 불안정하고 파편화된 형태로 고용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특성화고 취업률이 2012년 41.5%에서 2013년 56.5%, 2014년 58.4%, 지난해 62.6%로 늘어나는데 비해 고용보험 가입 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취업 질이 하락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의원은 "취업자 가운데 비정규직, 임시직, 파트타임 등 질 낮은 일자리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취업률 지상주의 속에서 특성화고 취업률이 양적성장에만 치중해 고용의 질에 있어 크게 후퇴했다는 의미"라며 "취업추적제, 취업자의 업체 잔존율, 사회보험 및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 등 성과지표를 다양화해 취업한 일자리가 질적으로 양호한지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특성화고 ‘취업맞춤반’ 현장실습 중 24.1% 중도탈락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2015년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 ‘취업맞춤반’의 현장실습과 관련한 자료를 받아 분석한 김종훈 국회의원 역시 특성화고 ‘취업맞춤반’의 현장실습 중 24.1%가 중도탈락했음을 지적했다.

중도 탈락의 주요 요인은 협약기업 근무조건 불만족 및 타기업 이직(27.2%), 업무 부적응(24.8%), 대학 진학 및 진로 변경(15.9%) 등 이었다.

특성화고 ‘취업맞춤반’은 협약기업과 학생, 학교가 ‘취업확정 3자 협약’을 맺은 후 기업 맞춤형 교육을 통해 협약기업 취업을 목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김종훈 의원은 "취업맞춤반이 실효를 거두려면 현장실습 과정에서 전공과 무관한 단순노동 반복, 과도한 업무 중지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불어 장기근속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급여조건, 근무환경, 직업복지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대전의 한 특성화고 교사는 "고 3 때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교에서 신경을 쓰지만 막상 졸업한 학생들이 직장을 제대로 다니는지, 일자리에 만족하는지는 알기 어렵다"며 "고졸 취업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자리의 질적 조건과 사회적 처우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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