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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정치’로 망하는 박 대통령

[김학용 칼럼]

김학용 주필2016.10.25 18:21:18

대통령은 한 나라에서 결정되는 중요한 모든 문제를 결정할 권한을 갖는다. 사드를 도입할지 헌법개정에 나서야 할지부터 온갖 국정 현안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기는 힘들다. 우선, 대통령 혼자서 그 많은 사안을 다 파악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아무리 똑똑해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된다. 정상적인 국가에선 대통령 비서실(청와대)이나 정부 관료들이 그 일을 맡게 된다.

권력 측근의 4가지 유형

대통령은 비서실장이나 장관의 도움을 받더라도 더 믿음직하고 충직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다. 모든 보좌진이 유능하고 충실한 게 아니므로 대통령 자신의 눈과 귀처럼 되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생각한다. 때문에 동서고금의 모든 권력자는 측근을 두고 있다. 중국의 반체제학자 엄가기(嚴家其)는『수뇌론』에서 측근을 ‘신임자(信任者)’로 부르면서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첫째 유형은 과거 왕조국가의 ‘내조(來朝)’다. 지금의 대통령 비서실이다. 두번째 유형은 정보기관이다. 정보기관장을 측근으로 만들어 자신을 돕도록 한다. 세번째 유형은 정부 내의 중요 구성원이 측근이 되는 경우다. MB정부 때 ‘왕차관’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네번째 유형은 수뇌의 주변에서 생활하는 시종들로, 환관 이발사 예언가 고백성사를 받는 신부 등이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는 측근 문제다. 최씨는 네번째 유형에 속할 수 있다. 최씨는 비서실 근무자가 아니고, 정보기관의 장(長)도 아니며, 정부기관 내에서 활동하는 자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 연설문을 고쳤고 대통령은 고친 연설문을 읽었다.

남의 말 안듣는 대통령의 ‘측근 정치’

박 대통령은 남의 얘기를 안 듣는 대통령이다. 인사가 있을 때면 ‘대통령 수첩’에 들어 있는 사람일 것으로 여겨졌고, 총리나 비서실장조차 대통령 얼굴을 잘 볼 수 없다는 얘기도 줄곧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이 귀를 닫고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는 없고, 수첩에 그 많은 내용이 다 담겨 있을 수도 없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불거져 나오는 ‘최순실 게이트’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아! 그랬구나!”하는 탄식과 함께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연설문을 고친 사례가 40여 차례나 되고, 현정권의 통일구호인 ‘통일대박’도 최씨 작품이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일부 연설문에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둘 사이는 그 정도에 그치는 사이는 아니었다. 최씨가 배후라는 재단이 청와대를 업고 대기업들한테 800억 원이나 걷었다.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대기업은 즉각 수십 억씩 내놓았다. 20년 전 쯤 없어진 것으로 알았던 ‘권력을 이용한 기업 수탈’을 지금도 할 수 있다는 배짱에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하다.학교도 가지 않은 최씨 딸에게 학점을 준 교수가 정부로부터 수십억 원의 연구비를 받았다.

'대한민국과 결혼한 대통령'의 아이러니

박근혜 대통령은 결혼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나는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말로 받아넘겼었다. 자신의 삶을 나라에 바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국민들도 적지 않았다. 적어도 박 대통령에게 ‘사적(私的) 영역의 문제’를 걱정하는 시각은 별로 없었다. 핏줄로는 오로지 둘 뿐인 동생조차 청와대엔 얼씬도 안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 주변에선 과거 친인척 비리보다 더 심한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 친인척의 뒤를 봐주려면 남의 눈이 있어서 대놓고는 못한다. 그러나 도와주는 대상이 친인척이 아니라면 그럴싸한 명분만 찾으면 뻔뻔한 짓을 보란 듯이 할 수도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그런 경우다.

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한 측근 비리의 문제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고집해온 측근 정치의 종말이요, 파국의 서막일 수 있다. 지금 박 대통령은 거의 모든 대상과 싸우고 있다. 야당과 국회는 물론이고, 여당에서조차 대통령 반대편에 선 사람들이 많다. 이젠 콘트리트 지지층마저 떠나고 있다. 

우병우 수석은 ‘내부의 최순실’ 아닌가?

레임덕은 피해갈 갈 수 없지만 지금 박 대통령한테 벌어지는 문제는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측근 몇 명만 끌어안고 가는 ‘측근 정치’ ‘비선 정치’의 결과다. 최순실 게이트는 측근 정치의 부작용이 곪아터진 것이다. 우병우 수석은 내부의 최순실이며 또 한 명의 최순실이다. 국민들이 보기엔 국정을 망치는, 대통령의 사사로운 측근일 뿐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과정이나 주변 여건에서 보면 어떤 정치인보다 떳떳하게 정치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본인은 측근 정치의 함정에 빠지고 나라는 혼란에 빠져 있다. 대통령은 이제라도 측근 정치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개헌론으로 살아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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