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최순실 게이트'에 입지 및 지지도 변화 주목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순실' 이름 석 자에 온 나라가 소란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국정 전반에 걸쳐 개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경악과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정치권은 특검(특별검사)도 모자라 탄핵과 하야까지 입에 올리고 있다. 대학생들과 교수, 시민사회도 일제히 봉기했다.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퇴진과 거국 중립내각을 요구하고 있다.

2주일여 전 만해도 나라밖에 있는 한 사람은 '송민순 회고록'에 미소 짓고 있었을지 모른다. 아니, 이번 주 초(24일) 박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헌 의지를 밝혔을 때만 해도 최순실이 몰고 올 충격파가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송민순 회고록'에 웃다 '최순실'에 뺨 맞은 격

불과 며칠 새 벌어진 '반전 현실'에 그는 지금 마냥 웃고 앉아있을 순 없을 것 같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기문(72) 유엔 사무총장을 두고 하는 소리다. 반 총장이 '최순실 게이트'란 악재를 피해갈 수 있을까. 과연 충청대망론을 이룰 수 있을까. 충청도민의 관심이 점점 그에게로 가 닿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은 반 총장에게 유쾌하지 않다. 그동안 반 총장이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도 돈독했다는 점이 국내 조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차기 여권 유력 주자, 지지율 부동의 1위를 지탱해 온 원동력이었다.

콘크리트 지지도 '균열', 흔들리는 충청대망론

하지만 최근 며칠 새 달라졌다. 대통령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고, 친박은 와해 상태다. 때문에 반 총장의 콘크리트 지지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만약 박 대통령 지지도와 비례해 반 총장의 지지도가 추락한다면 새누리당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딜레마가 생긴다. 그간 반 총장의 지지도가 박 대통령과 일체화 됐기 때문에 큰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반증이다.

리얼미터 조사 19월 4주차 대선주자 지지도. 반 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2%포인트 안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리얼미터)
균열의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한겨레>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대선주자 여론조사(25~26일)에서 반 총장은 17.1%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6.1%)와 오차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나왔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4%로 내리막을 걷고, 새누리당 지지도 역시 25.4%로 더불어민주당 (30.7%)보다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과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무혈입성? 최순실 게이트 장기화 여부 '관건'

<리얼미터>가 24~26일 사이 조사해 27일 발표한 결과도 반 총장 지지율은 전주보다 0.7%포인트 하락한 21.5%였다. 문 전 대표는 0.8%포인트 오른 19.7%를 기록해 2%포인트 안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충청권(▲2.1%p, 26.6%→28.7%)과 TK(대구·경북 ▲3.1%p, 26.1%→29.2%)에서 오른 게 그나마 위안이랄까.

물론 등락폭이 소폭이기 때문에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3주 연속 하락세인데다 26일 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17.5%로 취임 이후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졌다.

만약 반 총장이 최순실 게이트 이후에도 지지도에 큰 변함이 없거나 조기 반등에 성공한다면 새누리당 무혈입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당의 목표는 가치관의 공유가 아니라 '집권'이란 점에서 반 총장에 대한 기대심리를 키울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여전히 관건은 최순실 게이트의 장기화 여부다. 반 총장에게는 지금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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