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16>

2014년 7월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취임 후 교육청에서 가장 바쁜 곳이 감사실이다. 본청 및 교육지원청, 직속기관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와 때때로 발생하는 비위·진정·청원 같은 것만 있으면 좀 나을 텐데 설 교육감 취임 후 학교법인 대성학원 및 대신학원 채용비리, 예지재단과 예지중·고 파행, 봉산초 부실급식 등 특별감사가 계속 터졌다. 지금은 학교와 업체 간 담합 등 급식비리 의혹을 감사 중이다.

대전교육청 감사 결과 매번 부실감사 비난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30명도 안 되는 적은 인원이 몇 년 치 서류를 뒤지고 회계를 들여다보는 작업이 만만치 않은 데다 한솥밥 먹는 동료를 감시하는 부담감도 클 것이다. 얼마 전 급식비리 감사를 벌이는 대전시교육청 감사실에서 부인이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는 학교에 감사실 직원인 남편을 내보내 봐주기 의심을 샀던 일도 어쩌면 감사실 업무가 바쁜 나머지 생긴 실수 탓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대전교육청 감사실이 내놓은 결과를 보면 매번 부실감사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대전 급식비리 의혹의 단초가 된 봉산초 부실급식 감사에서도 감사실은 영양교사와 조리원 사이의 갈등에 무게중심을 뒀다. 대성학원과 대신학원 교사 채용비리 때도 교육청이 신속하게 감사를 벌여 속히 수사의뢰 했다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이 덜했을 것이다.

교장이 교사와 학생들을 고소하는 등 파행을 거듭하는 예지중·고 문제만 해도 교육청이 지난 1월 특별감사에서 밝혀낸 비리들을 서둘러 수사의뢰하고 보조금 지급 중단과 이사진 자진사퇴 유도 등 강력히 대처했다면 벌써 해결됐을지 모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교육청에 특별감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마지못한 듯 감사에 나서는 교육청은 번번이 제 식구 감싸기와 솜방망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감사결과를 자세히 보면 감사실이 무능한 것만은 아니다. 감사실은 대성학원과 대신학원 교사 채용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고 예지중·고 교장이 이사장을 겸직하며 부인을 법인이사에, 아들을 행정실장에 앉혔다는 것도 알아냈다. 교장이 교직원에게 '자기성장비' 명목의 발전기금과 명절 떡값을 요구하고 회계의 부적정 집행도 발견했다. 감사실이 수사기관은 아니니 위법성이 드러난 것을 검경에 즉시 수사요청 하면 될 것을 미적거리다 사태를 악화시켰다.

8주 일정 급식비리 감사 5주 지나도록 3개 학교 그쳐

이번 급식비리 감사도 마찬가지다. 8주 일정으로 지난달 시작했지만 5주가 지나도록 감사실은 3개 학교를 감사하는데 그쳤다. 그것도 정식감사가 아닌 영양(교)사를 만나 자료수집 정도만 했다는 게 감사실의 이야기다. 대전시내 급식학교 수는 유치원 포함 302개교인데 이런 식으로 감사를 하다가는 8주가 아니라 설 교육감의 임기가 다 끝나도록 감사결과를 못 낼 것 같다.

다급해진 감사실은 일선학교에 공문을 보내 급식인원과 ▲단가 ▲급식비 지출내역 ▲월별 식품비 집행현황 ▲식재료 구매 계약현황 ▲변경계약 없이 식재료를 추가 구매한 현황 ▲특정업체 지정현황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제출기일 미준수 및 축소·은폐·허위작성이 의심되는 학교에 대해서는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하지만 영양사들의 항의로 자료제출 기한을 1주일 늘렸다.

감사실 직원 5명이 대전시내 모든 급식학교를 샅샅이 털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당연히 비리의혹을 사는 학교만 가려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 꽤 많은 정보를 수집한 전교조와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투찰 방해 및 입찰 짬짜미 의혹, 현품 설명서를 중심으로 한 식재료 발주의 문제, 업체지명경쟁의 폐해까지 지적했다. 급식비리를 주선하거나 조종하는 핵심 브로커라며 J씨, K씨, S씨를 거명하기도 했다.

대전지방경찰청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교육청에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퇴직자를 포함한 영양(교)사 현황과 근무기간, 연가 및 병가 사용일자까지 요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교조도 급식의혹과 정황증거 등을 방대한 자료로 만들어 경찰에 제출하며 철저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경찰과 전교조의 움직임을 보면 이번 급식비리 의혹이 단순히 영양(교)사 몇 명과 일부업체 간 담합 정도로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가장 의심 받는 업체와 학교 간 비리 사슬만 밝혀도 성공한 감사

이런 마당에 대전교육청 감사실이 성과를 내려면 전교조와 시민단체로부터 의심을 받는 학교를 대상으로 집중 감사를 하는 게 어떨까 싶다. 공개경쟁 대신 업체지명경쟁을 고집하는 몇 개 학교들을 중심으로 조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의심학교 명단이 구체적으로 나도는 데도 감사실이 뭉그적대다 가는 되레 비리의혹만 키울 게 분명하다. 지금처럼 허술하게 하면 표적감사와 증거인멸을 위한 입 맞추기 의심을 살 수 있다.

감사실은 투명하고 공정한 감사를 통해 시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경찰 수사를 지켜봐가며 어영부영 시간 끌기 하다 적당히 꼬리 자르기 할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감사를 중단하고 경찰에 전적으로 맡기는 게 낫다. 가장 많이 의심 받는 업체와 학교 간 비리 사슬만 밝혀내도 성공한 감사다. 감사실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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