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18>

조직에서 가장 예민한 인사문제를 비롯해 노사갈등, 폭행, 성추행 의혹 등 대전시 산하기관들이 어수선하다. 이들 문제는 기관장이 직접 대상자이거나 그로 인해 시작된 것이라는 데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 3월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멀쩡한 합격생의 면접점수를 조작해 사장이 구속된 대전도시철도공사의 채용비리 여파가 가시지 않았는데 산하기관에서는 언제 그랬냐 싶게 인사 때마다 부정 의혹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인사부정 보도 나가면 대전시 감사 보내지만 결과는 솜방망이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인사부정 보도가 나가면 대전시는 으레 감사를 내보내지만 결과는 훈계나 주의정도에 그친다. 또 인사부정의 실질적 지시자로 지목되는 기관장들은 요리조리 빠져 나간 채 말단 담당자들만 징계를 받는 식이다. 도시철도공사는 채용비리 가담자로 경찰 수사를 받은 사람들을 주요보직에 발령해 논란이 됐는가 하면 대전문화재단도 전임 대표와 폭행사태를 빚어 중징계를 받은 팀장을 실장으로 승진 배치했다.

대전도시공사도 간부와 노조위원장 간 폭행사건이 발생했으며 막말·폭언 등 불미스러운 일이 이어져 공사 내부에 '사장 퇴진' 대자보가 나붙고 노조위원장은 대전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산하기관장은 노래방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기관장으로서 여직원과 단둘이 노래방에 갔다는 것만으로도 호사가들의 입줄에 오르내리기 충분하다.

대전시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여성계는 여성친화도시조성을 공약한 권선택 시장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공공기관 성희롱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진위를 떠나 성추행 논란의 두 당사자가 여전히 한 조직에서 근무하고 있고 이들과 마주하는 다른 직원들을 생각하면 대전시가 마냥 손 놓고 수사결과가 나오기만 기다리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대전시에는 4개 공사·공단과 10개 출연기관이 있다. 이들은 지방공기업법이나 지역문화진흥법, 평생교육법 등 법령에 근거를 두고 설립되었지만 매년 시에서 예산을 내려줘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자립경영은 고사하고 경영평가 결과도 형편없다. 대전의 3대 공기업인 도시철도공사와 도시공사, 마케팅공사의 올해 경영평가 실적은 사실상 낙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다'등급이었다.

도시철도공사는 2012년 '다'등급에서 2013~2015년 '나'등급으로 올랐다가 올해 다시 '다'등급으로 하락했고 '가'등급이던 도시공사는 박남일 사장 취임 후인 지난해와 올해 '다'등급으로 뚝 떨어졌다. 마케팅공사는 3년 연속 '다'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시설관리공단도 김근종 이사장 취임 후인 올해 실적이 '다'등급이었다. 권 시장 취임 후 공사·공단의 경영실적이 좋아진 곳은 없었으며 출연기관 평가에서도 인사문제와 조직 내 갈등이 많은 기관은 점수가 낮았다.

지방공기업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2015사업 출연기관(장) 경영(성과)평가 결과.
깜냥 안 되는 사람 무리하게 꽂은 결과 산하기관 경영실적 저조

이처럼 대전시 산하기관의 경영실적이 밑바닥인 이유는 결국 권 시장의 부실한 기관장 인사에 기인한다. 임명 때부터 전문성과 도덕성에 흠결이 있던 사람은 취임 후에도 업무능력이 떨어졌으며 채용과 인사 때마다 뒷말이 많고 이권개입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대전시 산하 14개 공사·공단과 출연기관장 중 조직원과 언론으로부터 “참 잘 뽑았다”고 칭송받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는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을 무리하게 꽂은 결과이며 인사청문회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시의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경영실적이 없고 문제를 일으키는 기관이나 기관장에 대한 문책 또한 부실하다는 것이다. 경영을 못하고 조직관리에 실패했어도 성과급만 덜 받을 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으니 자리만 보전하는 기관장들이 수두룩하다. 문제가 발생해도 솜방망이 감사에 시늉만 낸 징계, 징계 받은 사람을 버젓이 승진시키는 조직문화 속에서 어떤 직원이 누굴 믿고 열심히 일하겠는가?

권 시장이 산하 기관장들을 모아 놓고 몇 차례 군기잡기를 했지만 허사인 것 같다. 권 시장은 지난 7월 "기관장의 임기는 존중하지만 보장된 것은 아니다"고 했고 9월에는 “잘 못하겠으면 자리를 내 놓으라”고 경고했다. 시장이 큰 소리를 쳐도 산하 기관장이 콧방귀도 안 뀌는 것인지, 말뿐인 잡도리인지 의심이 든다. 권 시장이 산하기관 문제에 아예 손 놓은 게 아니라면 철저한 조직진단을 통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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