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지금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사업 중에서 가장 실패한 것이 무엇인 줄 아세요?”
옆자리의 교사가 묻는다.
“글쎄요..... 각종 사업을 끊임없이 벌이는 것 같은데, 그런 사업으로 학교 현장이 더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잖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실패한 것이라..... 무엇일까요?”
“교과교실제요, 지금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도대체 왜 이걸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정책 같아요.”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다른 교사도 맞장구친다.
“맞아요. 우리 학교도 선진형이라고 해서 시설에만 10억 원이 넘게 예산을 썼다고 하고, 5년이 넘도록 매년마다 수천만 원을 사용했다고 하던데.... 지금도 교과교실제로 무슨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어요.” 아마 많은 교사들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리라 본다. 왜냐하면 학교 현장에서는 누구도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시원하게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0억 이상 예산 들인 교과교실제 효과는?

교과교실제는 2009년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교실 수업을 ‘과목 중심과 학생 중심 수업’으로 바꾸기 위해 도입되었다. 당시 교육부는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학교선진화 정책으로 공교육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겠다며 2014년까지 중·고등학교에서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는 담당 과목 교사가 한 교실에 수업 시간표대로 차례로 들어와 수업하는 방식이었으나, 교과교실제는 과목별로 전용 교실을 두고 학생들이 교실을 이동하며 수업을 듣는다. 수업시간도 기존의 50분 수업에서 과목별로 블록타임제 수업(100분 수업)을 통해 수업을 혁신하자는 것이다. 대체로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중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의 본래의 취지는 다양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신의 진로와 성적, 기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근본적인 목적은 ‘학점제 학교’를 운영하려는 것이다. 학점제 학교란 대학교에서 전공 필수와 선택, 교양 필수와 선택으로 나누어 학점을 관리하는 것처럼 중고등학교에서도 필수와 선택 과목을 나누어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점제 학교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교육에서 넘어서기 힘든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학점 중심 평가에 따른 입시 제도의 변화와 학교별로 교육과정을 스스로 짤 수 있는 자율화가 필수적이지만 여건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를 도외시하고 이 제도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결과, 현장은 어떠할까? 교육부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한 마디로 하는 척만 하고 있을 뿐이다. 담임반과 담임교사에 의한 생활지도가 오랫동안 뿌리내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교과교실제는 학생들에게는 당혹감을, 교사들에게는 불편만 주었을 뿐이다.

학생들 쉬는 시간 교실 옮기느라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며 불만

학생들 입장에서 보자면 이 교실, 저 교실 쉬는 시간마다 옮겨 다녀야 하기 때문에 복도도 혼잡하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는 불만이 높다. 게다가 계속 자리를 옮겨 다니기 때문에 안정된 학습 분위기가 조성되기 어렵다. 기존의 학급 담임제 교실의 경우, 같은 반 학생들 간에 끈끈한 동질감을 갖게 되고, 학급 공동체로서 느끼는 의식이 남다를 수 있다. 엇나간 친구라도 같은 반이라는 이유로 편을 들게 되고, 우리 반이라는 의식으로 체육대회나 각종 대회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힘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교과교실제가 되면서 학급별로 조성되던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었다. 담임교사들도 아침에 조회할 때를 빼고는 자기 반 학생들이 어느 교실에 있는지 찾기조차 어렵다. 서로 다른 반 학생끼리 합쳐진 수준별 이동수업은 공동체의식에 금이 가게하고, 낮은 수준의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자존감도 잃고 교사들은 수업하기가 힘들다.

결국 현장은 지금 헛돌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그 제도를 뒷받침하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더욱이 현장의 교사들이 능동적으로 나서서 실천의 주체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 제도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2014년까지 전국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전면 시행하여 정착시키겠다고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는 무늬만 교과교실제이지, 실제로는 헛바퀴만 돌고 있을 뿐이다. “도대체 교육부는 왜 이렇게 교사들과 서로 거리가 멀기만 한지 모르겠어요.” 대화를 나누던 교사의 한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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