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색에 빠진 자초

  

자초가 널찍한 방 가운데 자리를 잡자 상다리가 휘청거릴 만큼 많은 음식이 오른 주안상이 나왔다. 산해진미에 그가 좋아하는 마른 해물이 상 언저리에 보였다. 입맛이 돌았다.
 
이어 무희들과 기녀들이 줄을 지어 들어왔다. 그 가운데는 그에게 수청을 들 청순한 기녀도 함께 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그녀는 조금도 때 묻지 않은 청순함이 얼굴에 묻어있었다. 순박한 눈빛과 불거래 달아오른 볼 그리고 앵두같이 붉은 입술.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술기운이 돌 지경이었다.

무희들이 비파와 북, 피리소리에 맞춰 춤을 추었다. 기녀들은 상에 둘러 앉아 해물의 뼈를 바르고 과일을 깎았다.

“오늘 누가 내 수청을 든다고 했든가?”

자초는 능청을 떨며 기녀들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청순해 보이는 그녀가 얼굴을 숙이며 더욱 볼을 붉혔다.

“이러고만 있을 란가. 한잔 따르지 않고.”

“예 왕손나리. 이 술은 고량으로 빚은 참으로 좋은 술이오니 한잔 받으시옵소서.”

기녀 중에 나이가 들어 보이는 계집이 술을 올렸다.

“그래 부어 보아라.”

자초는 술을 받아 길게 들이켜고 다시 잔을 옆에 앉아 있던 기녀에게 들이밀었다. 계집은 배시시 웃으며 잔을 채웠다. 그렇게 받아 마신 것이 여러 잔이었다. 취기가 감돌았다. 

애간장을 녹이는 피리소리와 심장을 달구는 북소리 그리고 때로는 청아한 비파소리가 흥을 더했다. 게다가 무희들의 현란한 춤사위는 취기를 배가시켰다. 잡을 듯 하면 멀어지고 또 멀어진 듯 하면 다가 오는 계집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개미허리에 동여맨 천의. 나풀거리며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 한 손놀림. 이 모든 것이 자초를 나른함으로 몰고 있었다. 

자초가 취기에 흥겨워 허물 거리자 나이든 기녀가 눈치로 주변을 물렸다. 무희들도 뒷걸음을 치며 방을 나갔다. 역시 다른 기녀들도 하나같이 뒷걸음을 걸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를 모실 청순한 기녀만 자초의 옆에 앉아 술시중을 들었다.

“왕손나리. 침상을 마련할까요?” 

자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촛불이 빛나는 침상에서 자초는 그녀가 하는 대로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저고리를 벗기고 속옷을 벗길 때도 아무런 생각 없이 그녀에게 몸을 의지했다. 기녀는 따뜻한 물에 수건을 빨아 얼굴에서부터 발끝까지 참으로 깨끗하게 닦아 주었다. 한결 몸이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상쾌했다. 단잠이 몰려왔다. 맥을 놓고 긴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잠이든 자초가 새벽에 눈을 떴을 때 자신의 팔을 베게삼아 계집이 돌아누워 있었다. 몸에서는 향긋한 감초 내음이 감돌았다.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팔이 저려옴을 느꼈지만 참았다. 그녀를 깨우고 싶지 않았다. 

자초는 그녀의 좁은 어깨를 조심스럽게 아주 천천히 쓰다듬었다. 매끄럽고 감미로운 촉감이 마음을 녹였다. 살며시 뒤에서 그녀를 안아 보았다. 젖가슴이 손아귀에 쏙 들어왔다. 아직은 설익은 복숭아 같았다. 보송보송 솜털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군침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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